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능력이나 말솜씨가 아니다.
대부분은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결이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해지는 온도,
나를 서두르게 하지 않는 여유,
작은 배려를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부드러움.
이런 마음씨는 말보다 오래 남는다.
맘씨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조금 더 참는 대신
조금 더 이해해 보려는 마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을 선택하려는 의지,
그리고 상대의 자리를 존중하는 조용한 겸손.
이런 것이 한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맘씨가 예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화를 내야 할 순간에도
불필요한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 하고
기쁨을 나눌 때에는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으려 한다.
마음의 섬세함이
사람의 관계를 오래 이어준다.
맘씨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갈수록 가치가 커진다.
좋은 말보다 좋은 마음,
빠른 이해보다 깊은 공감,
표현보다 태도에서 드러나는 따뜻함.
3부에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음의 기술들,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작은 습관들,
그리고 한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는
맘씨의 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래도록
‘참는 사람’을 어른스럽다고 배워왔다.
참으면 문제를 피할 수 있고
참으면 관계가 유지되며
참으면 나도 덜 다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참는다는 건
감정을 눌러두는 일이지
사라지게 하는 일이 아니다.
참아낸 마음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새어 나오고
쌓이면 결국 자신을 다치게 한다.
진짜 어른스러움은
참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감정을 바라보고
싸우는 대신
흐르게 두고
붙잡아 두기보다
조용히 내려놓는 사람이다.
잘 비워내는 사람은
감정의 순간을 오래 끌지 않는다.
화를 느끼면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서운함이 올라오면
그런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인정이 먼저여야
비워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워낸다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머물 자리를 다시 정리하는 일이다.
필요 없는 감정은 내려놓고
지켜야 할 감정만 남겨두는 것.
그렇게 해야
마음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참는 사람은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반면, 비워내는 사람은
겉은 조용하지만
속은 오래도록 견딜 수 있다.
무게를 줄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비워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순간들이 많다.
억지로 버티지 않고
감정을 흘려보내고
나를 가볍게 만드는 일.
그런 가벼움이 결국
다음 선택을 부드럽게 만든다.
잘 참는 사람보다
잘 비워내는 사람이
오래 건강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마음은
늘 흐르고
흘러서 맺히지 않고
맺히지 않아서 상처가 적다.
비워내는 마음.
그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부드러운 힘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