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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Sep 28. 2022

(고물상 창업 14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ESG)

(사회적 기업의 이상을 말하다)

겨울 새벽 방문을 열면 새하얀 눈이 넓은 마당에 장독대에 그리고 앙상한 자두나무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어쩌면 저토록 조용히 소복하게 내렸을까? 신비로움도 잠시 우리 남매들은 후다닥 이불을 박차고  저 하얀 도화지에 발자국을 남기려 몸싸움을 하며 뛰어나갔다.  


그리고 눈 내린 아침의 포근한 기운을 받으며 신발을 지푸라기로 동였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간단한 토끼 올가미를 몇 개 받아 들고 두 팀으로 나누어서 동네 산을 오르며 눈 위에 난 토끼 발자국을 찾아 헤매었다.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선명했다.

"자복 자복" 도장을 찍으며 오르는 길

"후둑 후둑"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눈으로 머리와 어깨가 젖어왔다.

그렇게 반나절 한나절이 지나면 운 좋게 우리는 올무에 걸린 토끼를 들고 시끌벅적 집으로 돌아왔다.

토끼는 같은 루틴으로 움직인다. 발자국을 따라 나무에 올무를 걸면 사냥은 성공한다.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치만 나는 취약계층 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졸업 후 일자리를 가지길 간절히 원했다. 그 절실함이 우리를 움직였고 우리는 그 생소한 단어 사회적 기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릭 오브리 前 루비콘 제과 CEO의 말이 강의록 첫 장에 적혀 있었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이것이 사회적 기업의 본질과 지향점을 짧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마디 선명하게 나의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다. “사회적 기업은 두 마리 토끼(사회적 명분+영리)를 다 잡으려는 착한 기업”이다. 그래서 영리 추구를 최우선시하는 민간 기업과 달리 취약계층 보호라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 추구하면서 재화. 서비스.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멘붕! 이 치열한 창업 현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기업의 목적?? 너무나 비 현실적이라 여겨졌다. 아이러니와 모호성으로 가득한 모토를 들으며 당시 나는 그렇게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한국사회적 기업 진흥원)


연이어 나오는 착함도 그런 느낌이다. 착함은 기업의 굴레가 되기 십상이다. 목적에 갇힐 수도 있다.

누가 이런 어울리지 않는 말을 기업에다 붙여놓고 홍보를 한다는 말인가?

평생 착함의 굴레에 갇혀 자유로움을 잃었던 시골 촌놈이 또다시 그 착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면...

뜨겁던 나의 마음이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치지직" 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센터의 아이들과 함께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고물을 팔아 돈을 벌고, 졸업한 아이들이 일자리를 얻고 그렇게 포근한 단꿈을 꾸었다. 사회적 기업은 복지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동이 가능한 사다리처럼 보였고 그래서 두려움이 없었다.  "의싸" "의싸" "파이팅"을 외치면 된다는 가벼운 출발은 집채만 한 크기의 불안으로 우리를 위협했다.


온 가족이 뛰어다니던 겨울산의 토끼 사냥. 땀과 눈으로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온 기억들.

이 일은 그런 일이다. 버려진 것들로 산을 이루어 쌓인 고물상 앞에 서면 늘 사람이 보였다.

그들중에는 소위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 상처받은 이도 있었다.

그들이 시작하기에 이만한 일이 없어 보였다. 부지런하면 , 땀을 흘린다면, 그것이 희망이 되었다.

이 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먹고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들었다.  

그렇게 살다가 철이 들어 다시금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그런 일이 그런 기업이 되기를 소망했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일은 가능한 일일까?


정부가 주는 따뜻한 돈을 받으며 콧노래 부르는 기업으로 생각했던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물을 주워서 재화를 얻고 그리고 그 재화를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이 되기에는 우리 모두 사회적 기업에 1자 무식 쟁이들이었다.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힘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한숨으로 가득했던 우리는 떠 밀리다시피 그렇게 한파 가득한 겨울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냥을 시작하였다. 지금도 그 사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환경산업의 꿈을 꾸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을 향해 희망을 접지 않으려 한다. 밥. 꿈. 나눔으로 사람이 행복한 기업을 기어이 일구어 보려 한다. 그렇게 후진을 양성하고 다음세대를 위해 노력하는 이것이 (주)비전의 비전이며 ESG경영이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의의-한국사회적 기업진흥원)


고물상 창업 강의를 마치며..

밥. 꿈. 나눔으로 기업의 희. 노. 애. 락을 함께한 임직원 모두에게 더없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2023년 우리 곁을 떠나간 송영범 부장님과 정명권 소장님을 추모합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함께 했던 그 모습을 생각하며 깊이 그리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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