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땀이 흐르고,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여름엔 책장 넘기기도 귀찮을 때가 있죠.
여름이란 계절은 더위에 몸이 지쳐 오히려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습니다. 평소라면 흘려보냈을 작은 일들도 뜨거운 공기와 함께 깊이 가라앉아 마음을 흔들곤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숨 막히는 더위가 오히려 나의 감정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여름엔 나조차 몰랐던 마음의 그늘을, 책 한 권과 마주 앉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계절엔 책이 더 간절해집니다.
얼음 가득한 밀크티 한 잔을 옆에 두고, 낮은 테이블 앞에 등을 기대고 앉아 햇살을 피해 문장 속으로 숨어들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있을까요?
나지트에서도 여름에 어울리는 서가를 꾸며놓았는데요, 그 중 손님들이 자주 집어드는 책들을 모아봤어요.
분위기도, 내용도, 여름이라는 계절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들입니다.
1. � 현실을 닮아 있는 따뜻한 위로
《모순》 / 양귀자
요새 가장 인기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요, 삶의 모순적인 면면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끌어안는 소설입니다. 다양한 선택지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현실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 깊은 위로를 전하는 책입니다.
2.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으니까.
《밝은 밤》 / 최은영
여름은 묘하게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기도 해요. 더위 탓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기분이 자꾸 피어오를 때 이 책을 꺼내 읽곤 합니다.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내면에 숨어 있던 따스하고 여린 감정들을 깊이 건드리는 책입니다.
3. � 여름밤, 조용히 생각을 붙들고 싶을 때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 일홍
햇살이 잦아들고,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여름 저녁. 그럴 때는, 이 책처럼 잔잔한 행복과 삶에 대한 사유가 담긴 문장이 어울려요. 너무 크게 행복을 바라기보다,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차분히 알려줍니다. 우연히 이 책을 두 분께 선물 받았는데, 책의 메세지도 좋지만 행복을 선물받은 것 같아 기쁘더군요.
바람 없는 오후, 얼음이 녹는 소리와 함께 페이지가 천천히 넘어가는 소리.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문장들. 그게 제가 여름날 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휴가를 떠나지 못해도, 마음은 책을 따라 충분히 멀리 갈 수 있어요.
이 여름, 당신에게도 그런 문장 하나가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