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관리하는 방법
암 진단을 받고 암환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백만 번은 되물었던 것 같다. ‘도대체,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무의식 중에도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어느 정도 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야 재발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반적으로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음식 30%, 운동 30%, 스트레스 40%로 본다는 글을 책에서 보았다.
첫째,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답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음식(서구화된 식습관)이었다. 10년 전쯤 건강검진센터 의사 선생님께서 4가지만 끊으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충고까지 해 주셨는데 잘 지키지 못했다.
설탕, 밀가루, 가공된 기름, 유제품과 과량의 동물성 단백질
돌이켜보니 영국에 살며 4가지 음식의 비중이 2-3배는 늘었다. 아침에는 베이글, 시리얼, 요거트와 과일 그리고 점심에는 (밀가루로 된) 면, 저녁은 육류를 먹는 날이 많았다. 간식으로 플랫화이트(진한라떼)에 케이크, 가끔씩 샐러드를 먹는 정도였다.
코로나19 락다운 기간 가슴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당시 영양섭취가 엉망이었다. 한국 뉴스에도 나왔었지만 영국 사람들의 사재기는 심각했고, 마트는 총알 없는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둘째, 엘라를 출산한 이후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락다운이 되면서 평소 다니던 운동을 못해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정도였을 뿐. 암의 원인은 ‘결핍과 독성’이라고 들었는데, 노폐물을 잘 배출시켰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골송골이 아닌 뚝뚝 떨어질 정도로 땀을 냈어야 했는데...)
셋째, 코로나19 이후 ‘해외에서 아프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해외살이로 아파보았기에 ‘절대 아프면 안 된다.’라는 강박증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 같다.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도수치료 선생님이
“끌레어님은 불합리한 것 혹은 불편한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속으로 끙끙 앓나요?”
“음... 시댁문제 빼고는 다 얘기하는 편이에요.”
“시댁은 왜요?”
“부모님한테 그렇게 교육받았어요. 쉽게 ‘못한다.(No)’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뭐든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하라고요.”
“아...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그런데 참다 참다 너무 답답할 때가 종종 있지요.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르신들이라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소통이 안 될 때요. 제 성격이 뭐든 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거든요.”
“여기 온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을 못 하고 참으시는 분이 많던데, 끌레어님은 아니네요.”
“네. 평소에는 조목조목 얘기도 잘하는데 시댁이라는 공간은 참 어려운가 봐요. 시부모님도 좋으신 분인데 말이죠. 다만 한국 며느리 정서상 어디서든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시댁에서 경험하잖아요.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고요. 이제는 며느리 된 지 10년도 훌쩍 지났으니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어요. 엘라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죠. 물론 버릇없이 얘기하는 건 잘못된 거지만요.”
몇 달 후, 항암치료를 하면서 몸이 힘들어도 운동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끌레어님은 정신력이 정말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암에 걸릴 만큼 힘들었지만 그것을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망치에 얻어맞은 기분
정신력이 강해도 문제가 될 수 있구나.
그럼 앞으로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달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질문한 결과 답을 찾았다.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원인을 찾지 말기.
이유는 의사 선생님들 조차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요. 다만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상당수가 세포 분열 과정에서 ‘무작위로’ 교통사고 일어나듯이 오류로 발생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즉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잦은 건강검진뿐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괴롭힌다는 사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 수는 없기에, 스트레스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글로 풀어보자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1번 방 안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1번 방에서 나와 다른 2-3번 방으로 옮겨야 한다. (복잡한 생각을 ‘stop’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그럴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산부인과 교수로 나오는 양석형처럼 신서유기를 보며 깔깔거리면 제일 좋겠으나,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으니… 내가 찾은 방법은 예쁜 찻잔에 티타임을 가지며 영상미 예쁜 브이로그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속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멍 때리거나 각자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스스로 생각 방을 옮길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살다 보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이마 위에 손을 얹고 마사지를 하면서 (내 영혼 몸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생각)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지긋이 지켜본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글로 적어보면 의외로 심플해지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고, 그럴 수 없다면 꾹 참지 말고 머릿속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니 ‘난 (구멍이 많은) 허당이야.’라고 최면을 걸면서 말이다. 머리는 괜찮았는데 몸이 안 괜찮은지 몰랐기에…
그래서 앞으로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ㅇㅇ 때문에 신경 쓰여서 마음이 불편해요. … 도와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살기로 했다.
암이 이렇게 쉽게 걸리는지도 몰랐고,
죽는다는 것도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지 몰랐기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하나의 원인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이다. 다른 나라에서 살다 햇볕이 많이 부족한 영국에 살게 되면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해 몸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잦다고 듣긴 했다. (영국살이 중 잠깐 한국에 나왔을 때 몸의 이상 반응이 조금 보였지만 정상 범위에 속해 있었고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비타민D 부족은 항상 체크해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