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필요를 넘어 생존

갓 태어난 기린과 송아지 사이

by 까까멜리아

‘원래 사용돼야 하는 근육이 제 역할을 못 해서 그래요.‘ 나를 진료했던 신경외과 선생님이 한 말이다.


‘근육에도 역할이 있다고?’

‘뭐, 물론 있겠지.’


말을 듣고 생각해 보면 다 각자 역할이 있겠지 싶은데, 살면서 단 한 번도 근육의 적절한 쓰임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몸이지만 내 몸처럼 쓰지 않았던 것이다.


재활치료를 받기 전, 나는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연골, 관절, 뼈 그 어디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니 움직임을 줄이고 좀 쉬라는 처방과 스테로이드제, 주사제, 전선을 줄줄이 연결한 물리치료 처방이 나왔다. 차도가 없어 한의원을 가니, 침을 놔주는데 매 번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고, 이 꽉 깨물고 참으며 다녔으나 소용없었다. 체형교정센터에 가니 운동을 가르치는데, 기본 세팅 자세부터 나는 하기 힘들었고, 수중재활운동 하는 곳에 갔다가 더 악화되기도 했다.


삶의 질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데,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되니, 이제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즈음, 새로운 병원을 알게 됐다.




어렵게 대기해서 진료를 본 첫날, 바리바리 싸 들고 간 그동안의 영상자료와 당일 찍은 엑스레이를 확인한 선생님은


“근육이 제 기능을 못해서 그런 거고, 괜찮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사쌤의 그 확신에 찬 한 문장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부터 내 삶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루 중 꼭 해야 하는 일,

최소한의 살림과 최소한의 육아를 제외하고는 운동과 근막이완, 휴식에 올인했다. 폼롤러와 마사지볼을 종류별로 사기 시작했고, 아직도 가방 속엔 늘 마사지볼이 들어있으며, 여행을 갈 때도 폼롤러를 챙겨간다.


이제 내게 있어 운동은 필요의 영역을 넘어 생존의 범주로 들어왔다.


근육의 쓰임과 근막, 신경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 새로운 정보도 머릿속에 많이 들어왔고, 관련된 책들도 많이 찾아봤다.


몸이 조금 나아지면 그만큼 운동량을 늘려갔다.


집에서 누워하는 운동에서 서서 하는 운동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수영장도 가며 어떻게든 운동을 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열 달쯤 지나자 조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 1년쯤 되니 800미터 남짓 되는 동네 공원을 세 바퀴 돌 수 있게 됐다. 그 무렵 병원 치료는 끝났다. 이젠 내가 알아서 운동을 이어가야 했다.

너무 예쁜 우리동네 공원

갓 태어난 송아지나 기린, 그 어디쯤에 있는 내가, 어떻게 해야 초원을 달리는 말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민의 와중에도 맨몸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지속했다. 슬로우조깅을 조금씩 시도할 무렵, 남편이 내게 말했다.


“우리 헬스장 등록해 볼까?”

keyword
이전 01화EP.0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