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본 것 해 본 여름휴가
걸음수로 건강을 측정하기엔 너무 단편적이지만, 하루 종일 1,000걸음도 힘겹게 걸었던 내게는,
걸음수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예전에는 걸음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지며, 수시로 걸음수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내 활동범위별 걸음수까지 알게 됐다. 이런 게 진정한 TMI인가…
우리 집에서 최소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걸음수는 2 천보 내외,
아이들 챙기고 살림하는데 필요한 걸음수는
5 천보 내외,
운동하고 오면 8 천보 내외로,
정말 맘먹고 걷지 않으면, 만보 넘는 일은 잘 없다.
꾸준히 재활치료도 받고, 운동도 병행하며
몸 상태가 조금씩 나아진 작년 연말,
부모님 모시고 휴양여행을 가서
정말 오랜만에 만보를 넘겼고,
두 달 전, 시부모님 모시고 관광여행을 하며
만 오천보를 넘겼다.
그리고, 이번 여름휴가 때 만 6 천보를 넘겼다.
걸음수는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활동범위의 확대와 맞물려, 몸이 한 단계 나아졌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번 휴가는 ‘걸음 수‘라는 단편적인 숫자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내가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냈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바닷물에 들어가 스노클링도 하고, 나 혼자 아이들 데리고 바다 물놀이도 한참을 했으며, 미니 한라산이라 불리는 ‘제주 금오름’도 다녀왔다.
평소 바닷물 무서워하고,
오래 달리기 싫어하고,
등산은 더 싫어하던 나였는데,
이 활동들이 ‘하지 않는 일’에서
‘할 수 없는 일’로 넘어가자,
아쉬움과 갈망이 생겼다.
괜히 나도 뛰고 싶고, 산꼭대기에도 오르고 싶었다.
그런 내게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꼭대기까지 오른 일은 멋진 풍경을 본 것을 넘어 ’해냈다 ‘라는 뿌듯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 경험이었다. (물론,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곳이다.)
내려올 때 급경사 내려오느라 무릎이 아팠고, 하루가 지난 뒤에는 종아리와 엉덩이에 근육통까지 밀려왔지만, 며칠 지나면 사그라들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때는 모르고 지나치던 많은 것들, 빛나는 풍경에 감사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