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 [이름 + 외모] + 가치관 + 신념 + 특성
이름이 중요한가요?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본명보다 닉네임이 익숙하죠. 사실 저는 저의 이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여성이 그런 저를 잡아 세우더군요. 그 여성은 바로 뉴질랜드 전 총리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2019년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8세 한 남성이 무슬림 사원 2곳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51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신다 아던이 의회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죠.
"그는 자신의 테러 행위에서 많은 것을 얻으려 했는데, 그중 하나는 악명입니다. 그래서 제게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결코 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는 범죄자입니다. 그는 극단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목숨을 앗아간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청합니다. 그가 악명을 원할지 모르지만, 뉴질랜드에 있는 우리는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고, 그의 이름조차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He sought many things from his act of terror but one was notoriety and that is why you will never hear me mention his name. He is a terrorist, he is a criminal. He is an extremist. But he will, when I speak, be nameless. And to others, I implore you, speak the name of those who were lost, rather than the name of the man who took them. He may have sought notoriety but we in New Zealand will give him nothing, not even his name."
그녀는 그 남자의 이름을 지워버렸어요. 그 자리에 테러리스트, 범죄자, 극단주의자라는 칭호만 부여했습니다. 강력했어요! 누군가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것은 그의 인격을 지워버리는 강력하고 무서운 처벌이라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인간이라는 가치‘에서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없다면 그 이름을 알 가치조차 없다!' 그녀의 이러한 논리는 제게 이름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한 개체를 구별하는 것 외에 한 개체의 존엄성을 대표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이름에 애착을 갖죠. 일종의 자중심 혹은 자기애의 표현으로.
동주도 자신의 이름에 애착을 가졌습니다. 이름하면 떠오르는 시, 이 여행에 불씨를 지핀 시 [별 헤는 밤]만 읽어보더라도 알 수 있죠.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11. 5.
윤동주尹東柱. 어릴 땐 해환海煥으로 불렸고, 자라서는 동주(필명 童舟, 童柱)로 창작활동을 했으며, 일본에서 유학할 땐 히라누마도주平沼東柱로 불렸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거의 20년을 살았기에 중국어(漢語)가 편했을 텐데도 그는 '동주'라는 조선어 발음에 애착을 가졌던 모양이에요. 중국어 발음으로 본명 東柱동주는 중국어로 동쮸, 필명 童舟동주는 통쪼우, 童柱동주는 통쮸로 발음이 각기 다르지만, 한국어로 발음할 때만 동일한 소리가 납니다. 동주 dongju
선한 눈매, 마일드한 미소, 단정한 옷차림.
제가 왜 동주를 아름답다고 하는지 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존엄( 尊嚴, dignity) 도덕, 윤리, 사회적 논고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한 개인은 가치가 있고,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타고났음을 나타낸다. 인격, 권위, 지위, 존엄성, 탁월함 이 모든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