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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y 31. 2024

대도시의 여행법... 여행, 그리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여.행.을 그립니다.


각자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듯 여행에도 각기 자신만의 여행법이 있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그립습니다.

오선지 끝에 찍힌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들... 바스락! 건조한 하루들... 감동하기엔 무료한 만남과 생활들. 여행은 이런 도돌이표의 경로에서 차선을 바꾸고 잠시 이탈을 해도 괜찮다 신호합니다. 뜻하지 않은 낯선 장소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풍경 그리고 뜻밖의 감정을 그리워하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기억은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삶을 견디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것이 아마도 여행의 이유이고 우리가 여행을 그리는 이유일 겁니다.  


혹시 여행의 기억법이 있으신가요?


크게 다르지 않다면! 여행을 온전히 기억하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사진 찍기일 테죠. 감탄이 절로 나는 풍경, 누군가의 이쁘고 아름다운 찬란한 모습, 별 세 개의 맛있는 음식의 사진을 찍고, 핸드폰에 간직하고 때때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리며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합니다. 여행은 그렇게 소소한 기억들은 즐기고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여기에 나만의 소소한 여행법을 말하자면, 사진과 영상을 잘 찍지 못하는 탓에... 아! 물론 광고일로 밥벌이를 하니까 직업인으로 작품은 별개입니다만... 암튼! 그러한 탓에 좀 더 선호하는 여행법으로 여행지에서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쓰고 스케치하며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기억은 흔적이 됩니다.



당.연.히. 정확한 사진이 여행을 기억하는 최고의 방법일 테지만 투박하고 거친 글과 스케치가 아직은 좋습니다. 일기 한 줄 한 줄을 읽어가다 보면 여행은 기억의 서랍에서 나와 온전히 그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말이죠.


사실!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일은 참 번거롭습니다. 쉽게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이 편리할 뿐더러 순간순간이 아까운 여행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런데도 생생하게 찍힌 사진은 왠지... 은은하게 말을 걸어주기보단 자신을 보아달라 자꾸 졸라대는 것만 같습니다. 잘 찍힌 동영상도 순간순간 아주 또렷한 기억을 전해주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생각을 곱씹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거부합니다. 아마 제 못되고 고약한 성격 탓이 분명합니다.


아!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래서 사진과 동영상은 핸드폰의 어느 구석으로 들어가 다시는 쳐다보지 않는 기억 속 오래된 헤어진 연인이 되고 맙니다. 은근슬쩍 생각나지만 잘 보지 않는 무언가가 됩니다.


아니 어쩌면 수천 장의 카메라 사진은 그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기억만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사진의 숫자만큼 추억의 무게가 나뉘어 가벼워진 건 아닌지...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기억일 텐데... 우리는 이쁘고 아름답게 나온 사진들만을 기억하는 건 아닌지... 아름다운 기억의 총량을 너무 나눠 놓은 것은 아닐런지


그런 이유로 제법 귀찮고 번거롭지만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씁니다.


짝꿍을 만나고, 결혼하고 1년에 두 번은 꼭 여행을 떠나자 했습니다. 아시죠? 그런 약속이 잘 지켜지면 좋겠지만 아이가 생기고 생활인으로 살다 보면 또 무뎌지고 생각을 지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지라 여행은 생활에 자리를 내주고 조금 뒤로 밀렸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만들고, 만들어 여행을 계획하고 기록해 나갑니다.


여행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남기고 여행을 스케치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쌓아갑니다. 수년간의 기억은 시간으로 쌓여 이제 7권이 되었습니다.



노트를 집어듭니다. 일기는 한 장 한 장이 오롯이 여행의 기억으로 내게 말을 겁니다. 여행지에서 글을 쓰고 스케치를 남기는 그 순간 또한 여행의 일부인지라... 일기를 보게 되면 더욱 여행의 기억이 애틋해집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토스카나 평원... 어느 이름 모를 지중해 해변에서의 조약돌 수집... 뜨거운 남태평양 수목림에서의 산책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해준 짝꿍과 매 여행마다 조금씩 성장한 딸아이와의 기억들.


글, 그림, 그리움은 하나의 어원이라 합니다.

글이, 그림이, 그리움이... 여행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언젠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여행책을 보며 그래! 우리 이때 이런 일이 있었어! 저 때 이런 아픔이 있었지... 사소한 다툼, 여행지에서의 불편함, 그리고 함께 하며 느낀 즐거운 추억들... 지난 여행을 기억하며 도란도란 앉아서 여행일기를 들출 날을 희망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그 여행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바로 그 순간부터라 생각합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언젠가 여행을 떠나겠다'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늘 여행 중입니다. 학교와 회사로 가는 버스 안의 창문은 비행기의 창이 됩니다.


'마음은 벌써'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며, 뭉개 뭉개 날개 사이로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새롭고 낯선 장소로 나를 데려다줍니다.


꼭 그림을 폼나고 잘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잘 그리지 못했더라도 여행에 대한 그리움은 기억 속에 아름답게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나와 우리의 감정이 이 어설픈 글과 그림에 묻어나 그리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다시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 가방의 한구석. 작은 노트와 팬을 넣습니다. 아! 좀 낭만적입니다.



P.S.

광고를 만드는 일은 극한직업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입니다. 하여 매년 해외 워크샵을 떠나려 노력합니다. 요 몇 년을 가지 못했습니다. 직원들의 입이 새부리처럼 나와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광고 좀 수주하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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