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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아 Oct 14. 2021

end. 가장 소중한


캐모는 죽음과 작별인사를 한 뒤, 그가 만들어준 굴을 기어들어가 엉금엉금 전진하기 시작했어요.

밝은 빛을 향해 힘내서 오리걸음을 반복했죠.

드디어 굴의 끝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니 크고 작은 나무가 우거진 숲이 보였어요.

캐모는 그 공간이 왠지 모르게 익숙해 보였답니다.

캐모는 자연스레 숲을 나와, 강을 건너 쐐기풀이 가득한 모래 황야에 도착해

태어나 자란 자신의 옛집을 찾았어요.

유년기의 기억 속 집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문과 창문이 다 뜯긴 채,

집의 형태만 남겨진 폐허가 되어 있었답니다.

집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누구 계시나요?"

"누가 찾아왔나?"


곧이어 누군가 쌀이 든 통을 든 채 폐허에서 나왔어요.

그곳엔 정말로 누군가 있었어요. 거지가 살고 있었죠.


“자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네.”


옛집의 거지는 캐모를 따뜻한 모닥불로 안내하고 지저분한 담요를 덮어주었어요.



“제가 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거지가 불쏘시개로 숯을 휘저으면서 말했어요.


“한 7년쯤 전이었단다. 여행하던 그 친구를 만난 게.

친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어. 방황하는 친구에게 답을 주기 위해서 말이야.

언젠가 편지를 주러 오는 친구가 오면 이 편지를 주라는구나.


캐모는 거지가 건넨 편지를 받았어요.


"지금 펼쳐봐도 된단다."


캐모는 그의 말을 듣고 편지를 펼쳐 보았어요.



캐모에게



수신인밖에 쓰여있지 않은 편지를 보고 캐모는 어리둥절했어요.


"다른 것도 다 열어보렴."


거지의 말에 캐모는 이때까지 받은 모든 편지를 열어보았어요.

이때까지 받은 짧은 편지들이 모여 장문의 편지가 되었답니다.




이 편지를 다 읽고 있다는 건 내가 남겨준 답 몇 개를 찾았다는 것이 되겠지.

다녀보니까 어때?

이 세상도 구경할만하지?


네가 여행할 동안 답을 찾는 과정이 힘들까 봐 미리 많은 답 중의 일부분을 남겨놓긴 했지만,

그게 너에게 답을 줬을지는 모르겠다.


돈, 사랑, 명예, 신념···. 세상에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많았지만, 나도 모르겠더라고.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게 아무것도 없던 나에게는,

 가치가 없는 게 당연하니 소중하지도 않았거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던 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여행을 시작했고,

비로소 답을 찾았어.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소중하다고.

우린 남은 시간 동안 그 답을 궁금해하고, 찾으려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돼.


이게 내 답이지만···,

내 말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세상에 각자 살아가는 과정은 다르고, 그 많은 예시 안에 너를 위한 답 또한 없어.

다른 이의 조언은 네가 가는 길을 다듬어줄 좋은 도구가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야.


너의 길은 네가 스스로 걸어가는 것이니까.


다니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던 것을 너도 가지게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걸 찾을 수도 있겠지.


난 다시 여행을 떠나. 여기보다 더 넓거나 좁을 수도 있지만.

너도 이제 내가 알려주는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겠지.


이번에는 길을 좀 벗어나도 재밌을 거야.

네가 선택한 길만큼 재밌는 것도 없을 테니까.



편지를 다 읽은 캐모에게 거지가 말했어요.


“지금까지 다녀보니 어땠나. 원하는 건 찾았나?”


캐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거지가 웃었어요.


“다들 대답이 다르고 뒤죽박죽에, 애매모호 이상했지?”


캐모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어요.


“그건···. 맞아요.”

“그들은 자신이 안고 살아가는 것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알려준 거란다.

비록 모든 걸 다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삶일지라도,

네 인생부터 소중히 여긴다면 다 찾을 수 있는 것들이지.


이제 앞으로 걸어가는 법도 배웠잖니.”


거지의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던 캐모는 말했어요.


“···역시, 전 아직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캐모는 남아있던 편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태웠어요.

종이의 흰 부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련 없이.



캐모가 물었어요.


“또 남긴 말은 없나요?”

“내가 마지막 이랬어. 너의 여행을 마쳐도 된다는 거지."


거지가 품에서 종이 조각을 꺼내 캐모에게 내밀었어요.

적힌 글자가 어떤 주소처럼 보였어요.


"근데 정말로 여기서 끝낼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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