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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아 Sep 29. 2021

4. 아버지는 사랑을 진 채


캐모는 광야를 떠나서 산을 넘어 호수 한가운데 있는 카사 푸에고로 향했어요.




성 마을로 들어간 캐모는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편지를 전해주다가 섬 가장자리에 있는 광부를 찾으러 갔어요.

카사 푸에고의 가장자리 성벽 안쪽은 옹기종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구멍이 나 있고,

지하에 갱도를 파고 있느라

사방이 굴착기와 드릴 소리로 시끄러웠어요.

 캐모는 지하에서 땅굴을 파 하숙집을 운영한다는 광부에게 가기 위해 주소에 적힌 굴로 갔어요.

입구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자 굴 안에서 맑게 울리던 곡괭이 소리가 멈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흙먼지를 뒤집어 쓴 광부였어요.

광부는 사람들이 머물 공간을 더 만들려고 하숙 굴 안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죠.


"누구니?"

"편지가 왔어요. 아머 씨."


광부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캐모를 안내했어요.

캐모는 여러 편지와 소포를 광부에게 건넸어요.

발신인이 없는 한 편지를 읽은 광부가 말했죠.


"이제 어디로 가니 캐모?"

"친구를 찾으러 여행을 가요.

혹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 여행자를 보셨나요?"

"음, 글쎄다. 기억이 나질 않네. 하지만 다른 질문에는 답을 해줄 수 있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데, 아저씨는 뭐가 소중한지 아세요?"


"쉽구나."


광부는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했어요.



"가장 소중한 건 사랑이지.

누군가의 사랑은 누군가가 살아갈 이유를 알려준단다.

사람이 태어난 이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이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이유··.

네가 태어나 여기 있는 것도 너희 부모님의 사랑 덕분 아니겠니.

나도 그런 사랑으로 만든 가족이 있단다. 아내랑 딸 둘이지. 참 이쁜 사람들이야."

"좋으시겠네요."

"행복하지.

가족이 함께 있으면,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순식간이야.

결혼하고, 애들 낳고, 놀아주고···.

다 한순간이지.

아이가 죽는 것도 한순간이고···."


광부는 탁자 위에 올려진 액자를 보면서 중얼거렸어요.


"그걸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여기에 왜 데려왔을까···."


그가 쓸쓸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이미 가버린 애를 생각하면 힘들긴 하지만···,

남아있는 아내랑 딸을 떠올리면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곡괭이를 진단다.

벗기 힘든 지게 같은 거야.

무겁지만 더 많은 걸 들 수 있게 지탱해주는···.

그래서 난 가족이 소중해. 너도 나중에는 알게 될 거란다."


광부가 잔을 놓고 일어나 뒤에 있던 서랍장을 향했어요. 허리를 숙여 서랍장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괜찮아.

아내도 바깥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고, 첫째도 곧 결혼하지.

그리고 더 다행인 건 아직 그 아이를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는 거란다."


허리를 펴고 일어난 광부는 손에 쥔 편지 두 장을 주며 말했어요.


    “이건 여기서 동쪽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있는 나무 요정한테. 이건 네 거니 여행이 끝나면 읽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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