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너를 봤어. 회색빛 도시를 메운 인파 속에서, 어느 날 오후에 한데 모인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 속에서, 각자가 만들어내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풍경 안에서 기어이 너를 발견하고야 만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너를.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던 너는 우연한 기회에 내 삶의 등장인물이 되었고, 나는 자력을 지닌 물체처럼 너란 사람을 내 삶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지. 너는 고맙게도 나를 밀쳐내지 않고 기꺼이 내 삶이라는 낯선 축제에 동참해주었고. 그때부터 나는 일관된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며 앞날로 나아가기 시작한 거야. 그 방향이란 더 나은 내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 아름다운 너에게 걸맞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생활에 치이고 깎여나갈 너에게 즐거운 순간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
신기하기도 하지. 내게 흔했던 자기비하라든가 의기소침한 기분 없이도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꿈꿀 수 있다는 게. 이전에 내가 나 자신의 변화를 꾀했을 때에는 "언제나"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초조해하고 뭔가에 쫓겨 지내듯이 급한 마음만 앞서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나를 바꾸지 않고는 누구도, 심지어 나 스스로도 나란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다고 여겼을 테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오랫동안 지녀왔던 이러한 생각들이 눈 녹듯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는 걸 느껴. 만일 내가 정말로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다면 네가 지금 내 곁에 있을 리가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칠 땐, 나는 내가 뭔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된듯한 뿌듯함을 느껴.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지향하지만 초조하지도 불안하지도 조급해하지도 않아. 나는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야. 너를 만나서.
글의 제목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명대사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에서 따온 거야. 주인공은 인간관계에서 자잘한 실패를 거듭하는 남자이지만, 결말에서는 자신이 했던 말을 성취하여 완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에 성공하지. 이 말은 또한 그 언젠가 네가 내게 넌지시 해주었던 이야기이기도 했어. 어쩌면 우리는 이중나선이 서로 얽혀 회전을 거듭하며 천천히 위로 올라가듯 나보다 더, 너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지 몰라. 지금의 내가 성장하고자 하고 발전하고자 하며 결론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의 중심에 네가 서 있는 게 보여. 너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과거의 의심 많고 회의적이고 불안을 안고 살던 내 모습으로는. 눈에 띄지 않고 지나쳤다면 모를까 그때 너를 발견했기 때문에. 회색빛 도시를 메운 인파 속에서, 어느 날 오후에 한데 모인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 속에서, 각자가 만들어내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나는 너를 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