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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https://youtu.be/XX4EpkR-Sp4?si=uSNWj49Is8kp4Rcs


오직 그 체계에 관한 것을.

화면 뒤 무수하게 얽힌 선들처럼. 그는 뒤로 가 본다. 그 꿈은, 규칙 없이 연결된 선을 통해 그 영상들은 재생되고 있었다.

머릿속 뇌를 떼내 옮겨와야 해. 책상 서랍을 뒤지고, 화장실 안마저 수색하며 그들은 궁금증을 풀 만한 것들을 몽땅 수집하려 들었는데 그 정도 머리 숫자라면 그 방을 통째로 옮겨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서 그 낡은 건물 안으로.

히사시는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곳 어딘가에 있다. 꽤 긴 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않고 어딘가를 보고 있다. 술을 파는 집이 있었다.

창문 너머 저 어딘가에는 분명 그런 집이 있다. 30분을 걸어, 그곳 어딘가에 멈춰 섰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더 먼 곳으로 향한다. 그는 지금 술을 파는 집에 있다.

그 얼굴에서 잠시 멀어지려 그랬는지도. 그 몸에서 풍길 것 같은 이상한 냄새로부터 달아나려 말이다. 그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요즘은 왜 이리도 잠잠한 거지? 문득 그 얼굴을 떠올렸을 때.

미나모토에서 마쓰모토로. 그의 시선은 다시 그 카페 안 그 남자 얼굴로 향한다.

"글 쓰는 일은 어떻죠?"

왜인지 그를 대할 때 꼭 그를 마주할 때의 기분을 느낀 히사시였다. 분명 다른 얼굴 다른 분위기였음에도. 자신과는 너무 달랐기에 그랬는지도. 미나모토 다케시에 묻지 못한 것. 그 여자들을 죽일 때 넌 어떤 감정을 가졌는가.

"글 쓰는 일요?"

다시 그 질문을 돌려준다. 범인을 잡을 때의 기분이란, 그렇지만 범행을 자백한 자를 그저 붙들고 있을 때의 그 기분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애초 이 사건에 깊숙히 관여조차 하지 못한 경찰 둘이 그를 내내 감시하고 있다. 히토미는 잠도 미룬 채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철창 안에 갇힌 개를 보듯, 더는 바깥 세계에 미련조차 없는 듯한 짐승을 보는 눈빛으로.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는 눈을 통하여.

그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 아니면 오래도록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그게 얼마나 큰 괴로움을 안겨다 주는지 그런 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걸 왜 묻는 거죠?"

눈동자를 떨어뜨린 채 그 새카맣게 탄 물을 젓던 작은 숟가락을 놓은 채로 다시 고개 치켜든다. 그를 본다. 미나모토 다케시의 눈에 그 형사 얼굴 표정은 차분한 듯 보였음에도 흥분을 느꼈다. 그는 알고 있다. 모든 괴로움에 지친 인간은 그 고통에 무감각해진 뒤 다른 누군가에 그걸 가하는 것을.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을.

창문 밖으로 아이 하나가 지나가다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다가오지 마, 이런 곳에 얼씬도 하지 마라, 그는 꼭 그런 말이라도 할 듯했지만 이내 고개 돌리고.

고개 돌려 물끄러미 그 아이를 보던 여자는 자리를 뜬다. 문을 열고 나간다.

"차라리 사냥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짐승을 잡아 죽여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끄집어내는 일이 나을지 몰라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히사시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음에도. 의자 끌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의 뒤로부터 곧 크고 뾰족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인사 소리 들린다.

"그 개를 잡아 철창 안에 집어넣고 싶지 않습니까?"

그 과정이야말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가. 당신에게,

"썩고 또 썩다 이젠 그 냄새를 맡고 핥으며 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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