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변 trail (오솔길) 산책하기
캐나다는 운동을 장려하는 나라다. 운동을 권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겠지만, 캐나다 사망률 1위 원인이
심장 관련 질환이고, 많은 질병의 원인인 비만이 증가하다 보니, 더더욱 이러한 추세는 강해지고 있다.
몸짱이 되고 싶은 사람은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요가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수영장에 다니는 사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건강을 추구하고 있다.
나도 운동해 보겠다고 피트니스 센터도 가고, 요가도 해 보고, 근처 수영장에 가서 허우적 되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실내 운동이 어려워지면서, 동네 주변 산책로 걷기를 주기적으로 하게 되었다.
코퀴틀람 크런치 (Coquitlam Crunch) 중 웨스트우드 플라투 (Westwood Plateau) 연결 산책로
코퀴틀람 크런치 최종 목적지로 올라가는 길. 길 옆쪽으로 무시무시한 전력선이 보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는 코퀴틀람 크런치 트레일 (Coquitlam Crunch Trail)이 있다. 트레일을 한국말로 오솔길이라고 해야 하나? 이글리지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시작해서 웨스트우드 플라투까지 총 왕복
4.4 킬로미터, 평균 고도 242미터의 산책길이다. 산책하기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산책로 중간에 깔딱 고개
처럼 가파른 계단 구간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산책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닌가 싶다. 이 길을 디자인한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계단 중간중간 번호를 새겨놓았다. 목적을 가지고 걸어가면 덜 힘들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 계단 숫자 437까지 무조건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간혹,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아저씨가 계단만 반복적으로 오르고 내리면서 시간을 재거나, 그 힘든 계단을 오르면서 발목에 모래주머니까지 차고 계신 분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체력 단련하려 오신 분이 틀림없는 듯하다. 저 계단은 한 번은 오를 수 있어도 반복해서 오르는 건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한국에서 처음 오신 분들은 이 산책로를 보시고 기겁하시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산책로 옆으로 떡하니
마치 괴물 같은 송전선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이다. 굵은 전기선이 지나가는 길이라 전자파가 장난 아닐 텐데 어떻게 산책이 가능하냐고? 순전히 나의 개인 생각이지만, 송전선이 지나가는 길로 지역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길을 시에서 만든 이유는 아마도, 송전선이 놓인 길 주변은 위험하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던지 하는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개발도 안되고, 송전선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와중에 지역 주민이 운동할 수 있는 산책로로 활용하면,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익 차원이 아닐까 하고... 그 외에도 캐나다는 110V을 아직 쓰고 있으니, 전자파가 그나마 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 말하길 웨스트우드 플라투 주변은 사파리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책 도중 종종 야생동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곰, 사슴, 코요테, 산토끼 등등... 올봄에는 곰이 지나가는 행인을 공격해서 트레일 일부가 폐쇄되고 방송에도 보도되었다. 그 원인의 대부분이 인간이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어서라고 한다. 인간은 결코 자연에 개입해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싸가 되기 위한 사진을 건지려고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다. 그 먹이에 중독된 동물은 계속해서 그 먹이를 먹으려고 산에서 내려오고, 인간에게 먹이 달라고 공격하기도 한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즉, 처벌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딸들과 제주도를 여행했는데, 한라산에서 등산객들이 야생 동물들 (당시 새였던 것 같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평소 딸들에게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교육해 왔기에, 딸들은 과자를 본인들만 맛있게 냠냠 먹고 있었다. 그걸 보던 한 여자분이 딸들에게 너희만 먹지 말고 동물들과 나눠 먹으라고 하였다. 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 예능을 보면, 가끔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주고 있다.
동물들은 그들의 세계 속에서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살고 있다. 불쌍하다고, 돕겠다고, 구해 주겠다고 절대 개입해서는 안된다. 물론, 도와주고 싶겠지만, 간섭하지 않으면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시 질서를 잡기 때문이다. 그냥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자연보호를 위해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최소 예의가 아닐까?
트레일을 걷다 보면, 2개의 초등학교, 교회, 2 개의 화장실, 개들을 위한 공원, 주자창 등을 만날 수 있다. 산책길 중간에 도로가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기도 한다. 횡단보도 앞에는 길 건너는 권리보다 안전이 우선이니 반드시 일단정지하고 운저자와 눈을 마주친 후 건너가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트레일이 주민들 사이에 운동 코스로 인기가 많아 시에서 2023년까지 화장실 시설, 주차 시설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많은 연결 통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 궁금해진다. 캐나다가 늘 그렇듯이 변하지 않은 듯 변하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