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승마 배우기

말과 함께 사춘기를 이긴 딸들

by 진 엘리
IMG_3349 복사본.jpg
IMG_3351 복사본.jpg
IMG_3472.jpg
IMG_3463.jpg

승마 수업을 하는 곳의 외부와 내부의 모습


캐나다에서 딸들이 승마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 한국분들 중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무슨 귀족 스포츠를 배우고 있다고 부러워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비용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수치 일 수는 있으나, 캐나다에서 말을 타고 배우는 것이 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승마장을 딸들이 다니기 시작한 것이 만 4년이 되었다. 코치님도 엄청 열정 넘치시고, 그에 비해 레슨비는 저렴해서 나도 딸들도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감사한 건 승마라는 스포츠가 말이라는 생명체와 호흡하면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말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그 과정에서 딸들이 사춘기를 잘 극복한 것 같다. 처음부터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수강생들을 열심히 가리치는 코치님을 만난 건 아니다. 이 과정은 캐나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들이 좋은 승마장과 선생님을 어떻게 찾았는지 이야기하면서, 캐나다 문화와 연관시켜 이야기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캐내다 문화가 결코 정답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아마 내가 캐나다 문화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참고만 하기를 바람...


어느 날,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를 승마장에서 하고 오더니, 갑자기 말 타는 걸 배우고 싶다고 난리였다. 캐나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 지리도 어두운데, 말이라니... 로맨스 만화에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이 내가 알고 있는 승마의 전부인데, 말이라니... 그래도, 넓은 땅 떵이를 가진 캐나다 왔으면, 말도 도전해 보자는 남편의 말에 설득되어 말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보가 너무 없는 상태라 주변에 물어 물어,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승마장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한국분들이 운영하시는 사업체를 폄하하거나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살면서 겪고 느낀 그대로를 전할 뿐이다. 오해 없으셨으면 한다. 정말 열심히 사시는 한국분들이 더 많으니까) 그곳에서 한 2-3개월 수업했나? 그만둔 이유는, 계획성과 일관성이 없어서였다. 어떤 날은 한 수업에 6명이었다가, 5명이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한 가족이 동시 등록하면서 사람이 많아지니 기존 수업하시던 분을 다른 수업으로 자발적으로? 옮겨달라고 원장님이 부탁하셔서 다른 수업으로 가셨다는 거다. 그 당시 그 원장님의 설득?(꼬임)으로 나도 딸들이랑 말 수업을 받았는데, 레벨도 맞지 않고, 수업이라기보다는 말 타보는 경험 가지는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나중에 거기서 일하시던 분을 우연히 마트에서 만났는데, 내가 갑자기 승마를 그만둔다고 하면서, 수업료 1달 분도 먹튀 했다고 한다. 나는 평생 줄 돈을 주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기가 찼다. 하지만, 수업료를 항상 현금으로 드리고, 영수증을 주지 않아도 요구하지는 않았는데, 주었다고 증명할 방법도 없고, 억을 함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었지만, 그 말씀을 내게 전해주신 분이 거기서 일하는 직원인지라 내가 나서면 그분 입장이 곤란해진다고 하니 억울해도 참을 수밖에... 이렇게 그 승마장에서는 말에 대한 나쁜 기억만 남았다.


딸들은 여전히 말을 타고 싶어 했고, 남편과 함께 여기저기 승마 수업하는 곳을 찾아 헤맸다.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인터넷에서 서치 해서 방문했다. 다행히 한 곳에서 레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 수업은 이미 꽉 차 있고, 어쩔 수 없이 유일하게 자리가 남아 있는 수요일 오후 수업으로 시작했다. 여기는 수업이 체계적이었다. 개인 레슨은 비용이 비싸지만 일대일 수업이니 좀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한 단체 레슨은 수업당 3명이 최대였다. 수업료도 미리 은행에 자동 이체되게 하여, 수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결제되고, 만약 수업 시작 24시간 전에 수업을 할 수 없다고 미리 통보하지 않으면, 수업을 하지 않아도 수업료는 지불된다. 거기서 2년 정도 승마를 배웠던 거 같다. 그 기간 동안 토요일로 수업 시간이 변경되고 이런저런 승마 기술들을 다양하게 배우면서, 승마가 뭔지 조금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승마의 많은 기술들 중에서 트롯 점프에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 승마 가르치는 입장에서 하이 점프를 시도하다 학생이 다치거나 하면 자기들만 골치 아플 수 있으니 일부러 더 이상 진도를 나 기지 않는 것 같았다. 더구나, 수업 시간을 늦게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은 정확한 것 같았다. 몇 번 넘겼지만, 한 번은 너무 화가 나서 코치에게 항의했다. 내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정도로 화를 낸 것 같은데 정작 코치는 부드러운 말투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딸들에게 앞 시간 수업 학생들이 아레나에 있어도 그냥 시간 되면 입장하라고 한다. 그 후 수업이 제시간에 시작하지 않으면, 꼭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캐나다 문화다. 캐나다는 불편하고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항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 알아서 나를 배려해 주지도 개선해 주지도 않는다. 대신 예의 바르게 정중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항의한 사람이 잘못이 된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내가 들고일어나야 한다. 미소 지으며 불평하는 아이에게 사탕 주는 나라가 캐나다다.


큰 딸은 무슨 생각인지 말을 대여 (lease)해서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본인이 리스 말을 찾아오면 해 주겠다고 하니,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몇 군데 말을 리스할 수 있는 곳을 찾아왔다. 그때부터, 주말마다 온 가족이 말 리스하는 곳에 전화로 예약해서 방문하는 것이 일이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곳은 딸이 말을 타기에는 너무 음산한 곳도 있었다. 큰 딸이 페이스북으로 예약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거기는 특이하게 직접 말 타는 것을 보고 리스해줄지 말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날이 지금의 코치 선생님을 만난 날이다. 미리 두 번째 입구로 들어오라고 알려 주었는데, 첫 번째 입구로 들어가니 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었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일반 가정집이었다, 잘못 왔나 하는 사이 두 번째 입구로 가니, 비로소 승마장과 마구간이 보였다. 먼저,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고, 큰 딸보고 타보라고 했다. 남편과 나는 이미 말 리스는 안된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후였다. 우리가 보기에도 말을 리스할 정도의 실력도 되지 않고, 집과 거리가 가깝지 않아 자주 와서 말을 타기도 어려우니,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중에 딸이 리스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말과 함께 승마대회 (일명 말쇼)에 나가고 싶어서란다. 말을 이동할 트레일러도 없으면서 이런 꿈을 꾸다니...) 이런 우리 부부의 속 마음을 읽었는지, 갑자기 선생님이 자기는 말 리스뿐 아니라, 레슨도 가능하다고 했다. 둘째도 같이 할 수 있냐고 했더니, 실력이 큰 딸과 비슷하냐고 물었다. 물론, 둘째도 항상 같이 말을 탔으니까 실력은 비슷했다. 선생님이 본인이 레슨 가능한 말이 두 마리이니,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료를 알려 주셨다. 이전 두 군데 승마 수업에 비해서 거저였다. 이렇게 두 딸이 사춘기를 함께할 두 마리의 말을 만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말과 함께 달리려고 대기 중인 디오지 (DOG)
말이 출발하니 디오지도 시동을 걸고 있다. 승마장에 외부 개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디오지도 다른 수업 시간에는 집안에 감금되어 있다.
IMG_3352 복사본.jpg
IMG_3353.jpg
개이름 디오지 (DOG) : 승마 수업 시간에 본인이 말치기 개인줄 아는지 말이 달리면 늘 함께 달린다. 오랜 시간 함께해서 인지 말들이 귀찮아하지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두 곳을 병행해서 승마 수업을 했다. 새로 구한 곳이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수업해 주시는 코치님께 신뢰가 가서 그 전 곳에는 수업 종료를 통보했다. 이 코치 선생님과의 만남이 딸들의 승마 인생에 큰 전환점을 주었다. 전 승마장에서는 트롯 점프만 했었는데, 캔터 점프는 물론 갤럽까지도 배웠다. 말쇼도 여러 번 출전하고 (정식 대회라기보다 친선경기에 가깝다) 심지어 종합 마술(eventing)까지 참여했다. 종합 마술의 3가지 과정인 마장 마술 (dressage)과 장애물을 시설해 놓고 뛰어넘는 장애물 비월(show jumping/jumping), 그리고 크로스컨트리까지 다 훈련시켜주셨다. 심지어, 영화에서만 본 벌판을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트레일 라이드까지 경험하게 해 주셨다. 말 타는 것뿐 아니라, 말 돌보는 법, 아레나 관리법 등 말 레슨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다양하게 가르쳐주셨다. 물론, 공짜로 해 주신건 아니지만,

딸들이 이런 것을 경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학 진학으로 승마 수업이 어려운 언니 없이 혼자 수업 후 왠지 쓸쓸해 보이는 둘째의 뒷모습, 수업 끝나고 말을 쿨링 중
스크린샷 2021-10-02 오후 12.47.45.png
스크린샷 2021-10-02 오후 12.48.33.png
스크린샷 2021-10-02 오후 12.45.23.png

동키가 당근 달라고 애교를 부리고 있다. 농장에서 제일 연장자다. 생애 처음으로 우리 덕에 당근 맛을 봄

말 리스한다고 테스트로 처음 만났던 레거시
IMG_3534 복사본.jpg
IMG_3545 복사본.jpg
당근 달라고 하는 스키터즈와 동키 농장 주변 들고양이, 한 마리가 임신중인듯하다.
삐진 스키터즈, 당근의 유혹을 두 발로 버티며 이기고 있는 모습
IMG_3357.jpg
IMG_3358.jpg
두 마리였던 레슨말이 네 마리로 늘었다.


승마 수업료를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이유를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캐나다 문화와 관련 있다. 캐나다는 비싼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속이면서 일부러 비싸게 받지 않는다. 처음 승마 수업료가 저렴했던 이유는, 선생님이 이제 막 티칭 코치를 시작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학생 가르치는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던 것 같다. 다른 레슨 시설은 실내 수업이 가능하고, 와이파이도 되고 휴게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와이파이는커녕 화장실도 없었다. (지금은 생겼지만) 실외수업만 가능하기에 비가 오거나 날씨 여건이 좋지 않으면, 수업이 어렵다. 그리고, 선생님은 본인의 경력 관리와 경험을 위해 딸들을 이런저런 대회에 참가시켜 주신 것 같다. 승마 수업료도 올리지 않으시는 이유가, 우선은 승마장이 선생님 소유이다 보니 렌트비가 없고 승마는 수업보다 앞뒤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하는데 딸들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선생님이 수업만 하고 가버리시면 둘이서 모든 일들을 커버한다. 현재, 이곳은 진정한 레슨 시설로 거듭나고 있고, 학생 수도 많아서 웨이팅 리스트까지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사업을 확정시켜가는 과정을 보니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동안 선생님은 결혼까지 하셨으니 세월이 흐르긴 흐른 것 같다. 캐나다 문화건 본인 경력과 경험을 위해서건, 아무튼 코치 선생님한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딸들이 말과 함께 호흡하고 달리면서 사춘기 스트레스를 무사히 넘긴 것 같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첫날 테스트로 말 타러 온 날, 선생님이 두 딸의 허벅지 근육을 보고 레슨을 결심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어린 아이나 초급자는 레슨 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런데, 두 딸이 허벅지 안쪽 근육이 (말을 타야 발달하지, 그냥은 발달이 어려운 근육이라고 함) 이미 발달한 것을 보고, 이 정도면 내가 레슨 할 수 있겠구나 싶어, 그날 갑자기 말이 두 마리라 두 명 레슨 할 수 있다고 먼저 제안하셨다고 한다.


corss-4.jpg
cross-8.jpg

크로스컨트리 하러 간 날. 공원 중에 말을 타고 크로스컨트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선생님도 함께 말을 타신다.

점프가 승마의 꽃이라는 딸들. 말 위에서 점프하다 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란다.

돌이켜보면, 필요 없는 과정이 없는 듯하다. 승마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정보를 조사하다 보니,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비싸게 레슨비 주는 과정이 없었으면 허벅지 안쪽 근육도 발달 안 했을 거고, 지금 선생님의 제자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혹 캐나다에서 생존을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캐나다는 좋은 고급 정보는 찾기 어렵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계속 조사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자,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하는 곳이 캐나다다.


keyword
이전 03화캐나다에서 산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