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대림절 첫 번째 주 금요일,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 (6)
“그런데 바다에 큰 풍랑이 일어나서, 배가 물결에 막 뒤덮일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다가가서 예수를 깨우고서 말하였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왜들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하고 말씀하시고 나서, 일어나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바다가 아주 잔잔해졌다.” (마태복음서 8:24-26)
어렸을 적 잘 치지도 못하고 자주 치지도 않는 피아노를 그렇다고 듣는 귀가 남다른 것도 아니었는데도 왜 굳이 돈 들여 조율하는 아저씨 불러 몇 번씩이나 조율을 했었는지. 아마도 피아노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서 정기적으로 조율을 해줘야 피아노에서 엉뚱한 소리도 안 나고 오래 칠 수 있다는 말에 부모님께서 그러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아들 녀석의 피아노는 디지털 피아노입니다.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 늦은 밤에도 이웃 눈치를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가끔 제 아들은 뭘 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밤에도 혼자 잘 놉니다. 저에겐 참 고마운 디지털 피아노입니다.
그런데 디지털이라 조율이 필요 없으니 이 건반에서 나는 소리가 딱 맞는 소리인지 조금 엇나간 소리인지, 혹시 그 옆 건반 소리를 제 소리라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생판 모르는 남의 집 건반 소리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슬쩍 궁금하긴 합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절대 음감의 모짜르트도 아니고 맞겠지 뭐, 당연히 쓸데없는 걱정은 접습니다.
여기 폭풍우 속에 제대로 난리가 난 예수의 제자들입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제자들은 피아노를 한 대씩 갖고 배에 올랐던 모양입니다. 달도 밝고 바다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배는 갈 데로 잘 가고 있는 듯 보이고 해서 하나 둘 제자들은 내 소리 들어보라고, 남의 소리 듣느니 내 소리 듣겠다고, 아니 너도 그만 내 소리 들어보라고, 너 나 할 것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건반위로 튀어 오릅니다.
열 손가락도 부족하다 열 발가락 죄다 동원해 손 발에 불이 나도록 건반 위를 고삐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리 쳐 대고 저리 쳐 대는 통에 제자들이 내는 제 각각의 미친 소리에 달은 구름으로 바다는 파도로 바람은 비로 귀 막고 코 막고 눈마저 막은 폭풍우에 정말 난리도 이런 생난리가 없습니다. 너도 나도 내가 내는 소리가 맞다, 내 소리가 맞다, 내 말하는 소리가 맞다, 누구나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미친 듯 마구 쳐 대니 내가 내는 내 소리도 내가 못 듣고, 남의 소리는 더 안 듣고, 그러니 경쟁하 듯 소리는 더욱 커가니, 정말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그냥 난리 부르스입니다.
아아 부르스 부르스
부르스 연주자여
그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
그런데, 지금은 제발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 나의 피아노 소리가, 지금 내가 누르는 피아노 건반이 내는 소리가 정말 괜찮은 소리인지, 맞는 소리인지 알 수 없다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리고 정말 좋은 소리를 내고 싶다면 방법은 우선 그만 멈추는 것입니다. 어렵지만 나 먼저 나의 피아노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렵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 서로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어보니 내가 내는 소리와 다르다면,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도 또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와 또 다르다면, 그런데 서로 다른 악보로, 서로 다른 음악을, 서로 다른 노래를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서로 다른 건반들을 누르고 있어서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그건 꽤 괜찮은 일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그건 비록 피아노 건반들 모두는 아니더라도 몇 개 혹은 적지 않은 건반들이 세상에 없는 소리, 전혀 딴 소리, 정말 영 틀린 소리를 낸다면, 그건 분명 조율(調律)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만약 나는 ‘솔(Soul)’을 치고 ‘도(道, the Way)를 쳤다고 쳤는데 피아노에서 ‘미’를 친 소리가 난다면 분명 그건 조율(調律)이 필요하다는 신호, S. O. S. 신호입니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왜 이리 소란이냐? 왜들 그렇게 무서워하느냐, 이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그 배의 그 난리 부르스에도 차마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이제 그만 멈춰라’ 하지 못하시고, 잠은 커녕 뜬 눈으로 뒤척이시던 예수께서 제자들이 깨우니 마지못해 일어나셨다는 듯 천천히 갑판 위로 오르십니다. 제자들을 꾸짖으시는 건지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는 건지, 그제서야 달도 바다도 바람도 그리고 제자들도 잔잔해집니다.
그리고 잠잠해진 그들은 서로를 듣습니다. 모두 잔잔하고 모두 잠잠하니 이제야 비로소 서로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치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맑은 소리
고운 소리
O O 피아노**
“너희는 잠잠하여,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 (시편 46:10)***
이제야 잔잔해져 들을 귀가 생긴 잠잠해진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믿음이 어디에 있느냐?” (누가복음서 8:25)
대림 절기,
조율(調律)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조율(調律)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 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 가수 주현미의 <눈물의 부르스> 가사입니다.
** 그 유명한 피아노 광고 송입니다. 아실 분은 아실테고 모르시는 분은 글쎄요.
***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Psalm 46:10, NIV)
**** 한돌 작사 작곡, 한영애 노래 <조율> 가사입니다. 들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