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 인삼이 덕분에 매일 산책을 나가고 있다. 산책을 나가는 이유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삼이가 집에서 용변을 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중성화 수술 후 감염 위험 때문에 집에서 소변이라도 보길 바랐지만, 이틀 동안 참는 모습을 보며 그냥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슬개골 문제로 수술을 한 뒤 입원하면서 식음을 전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포기하고 매일 산책을 나가게 된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인삼이를 함께 끌고 나가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인삼이는 15kg 미만이지만 힘이 세서 가끔 90kg인 나도 끌고 다니기 때문에 걱정이었지만, 차분히 옆에서 산책을 해주어 그때부터 거의 매일 함께 나가게 되었다.
가끔은 인삼이의 외모에 일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릴 때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으며, 앞에 누군가 다가오면 1 미터 되는 줄을 더욱 짧게 잡는다. 인삼이의 성격은 예민하고 소심하며, 흥분이 쉽게 오르는 편이라 더욱 신경 쓴다.
그러니 집에서도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인삼이는 평소에 아이를 무시하지만 인삼이를 좋아하는 아이는 매번 다가간다. 그러면 몇 번의 불편한 시그널을 보내다가도 가끔 아이에게 일갈을 날리고, 아이는 울면서 무섭다고 한다. 아이를 달래주면서도 차라리 좀 무서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 중이다. 매번 이런 일의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인삼이를 너무 좋아한다. 다행이다. 최근 느껴지는 인삼이와 아이의 관계는 형과 동생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이의 탈것이 많이 늘어났다.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의 최애는 푸쉬카이며. 엄마와 아빠의 최애는 유모차이다. 아내가 구해온 디럭스 유모차를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한 손으로도 방향전환이 꽤 편리하고, 안정적이며, 다른 짐을 실을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푸쉬카의 단점은 한 손 방향전환도 좀 불편하고, 불안정하고, 배변봉투 담을 공간도 없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니 불편을 감수한다.
그래도 매번 유모차를 권유했고, 잘 받아들여졌다.
6월이 지나서부터 더워지기 시작하고는 따로 산책을 다녔다. 이제야 저녁에 더위가 가시기 시작해서 다시 함께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그날은 유모차를 받아들인 아이와 함께 한 바퀴 돌고 나니 인삼이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오랜만에 함께 나간 산책에 기분이 좋아져 아이 간식으로 샤인머스캣을 구매했다. 가격이 꽤 나가긴 했지만 과실이 크고 탐스러웠다. 그리고 나를 위해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약 30~40분, 짧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은 산책이었다는 생각에 혼자 실소를 머금은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타던 분들 중 한 남성분이 내가 편하게 탈 수 있도록 문 열리는 버튼을 눌러주셨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약 1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내가 받은 감동의 크기는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있으니 꽤 컸다. 그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울컥했었다.
매번 푸쉬카나 유모차, 아이, 인삼이를 데리고 다니면 특히 엘리베이터에서는 뭘 하지도 않아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같이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안에서 닫힘 버튼을 빠르게 누르시는 분들도 많이 보고, 대놓게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있었기에 이 친절에 내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 듯하다. 나는 타인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을까? 타인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사람이 더욱이 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