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좋네~"
요즘 산책 중 인삼이 똥 보면서 하는 말이다.
내 기준 건강의 지표로 작용하는 것은 더러울지 모르겠지만 똥이다. 이는 아이도 마찬가지로 적용한다.
똥이 묽거나 색이 평소와는 다르면 건강에 문제가 있고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얼마 전 영상을 보니 동물원에서 사육사들이 동물들의 똥을 보면서 건강상태를 확인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지금 인삼이는 꽤 비싼 사료를 먹고 있다.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을 이르는 말.)은 건강하다는 속설에 나는 저렴한 사료들을 추천했지만 아내에게는 소중한 첫 강아지였기에 kg당 약 칠천 원 정도 하는 퍼피 사료로 시작했다. 유치가 빠지고, 새로 이빨이 자랐을 때 kg당 만원정도 하는 전 연령 사료로 변경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삼이가 구토를 하고,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걱정된 나머지 은평구의 24시 동물병원(당시 차로 15~20분 거리였다. 중성화, 슬개골수술까지 전부 이곳에서 했다.)으로 데려가 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저 장 운동이 다른 개들보다 약한 것 같다는 진료 결과만 있었다. 그 당시 인삼이는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자주 주워 먹었기에 잠시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는 몇 개월이 더 흘렀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검사 결과는 늘 같았다.
이번에는 위장에 좋다는 사료로 넘어갔다. kg당 약 만이천 원 정도였고, 처음에는 좋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또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아직 사료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아내가 새로운 사료를 구매했고, 남은 사료는 저렴하게 다른 견주에게 넘겼다.
바뀐 사료는 kg당 약 이만 원대였고,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똥상태가 좋아졌지만 가계에는 부담이 가고 있었다. 다른 저렴한 사료로 넘어가면 또 안 좋아질 것 같아 부담을 줄일 수 없었다. 개 사료와 영양학 관련 책을 읽으며, 오히려 인삼이가 건강하면 가계에 이득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서, 개밥을 만들기로 했다.
만들면서 총 세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내가 손이 크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그것을 담을 그릇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만들 생각이었지만 영양학 책에 따르면 이러나저러나 골고루 먹이는 게 최고였기에 재료가 하나씩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고구마 1/3개, 감자 1/3개, 당근 1/3개 등 나누면 오히려 재료가 버려질 것 같아서 적어도 1개씩 사용했다. 그러니 씻고, 끓이는 시간과 양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까지 냄비로 시작해 들통 결말이라 이제는 처음부터 들통에 물 붓고 손질하면서 끓여놓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애밥을 만들 때는 또 다르다. 이유는 조리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밥은 다 때려 넣어 푹 끓이기만 하면 완성이지만 애밥은 간이라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식을 할 때는 아내가 채식으로 시작하면 편식을 안 한다 하여, 채식 이유식을 사 먹였다. 지출을 줄여야 하기에 일반식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만들었는데, 채식 이유식 덕분인지 뭐든 잘 먹었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 SNS에 자랑도 했다.
아이 반찬을 만들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지키려 하고 있다. 최소한의 양념, 재철재료, 최대한 채식위주 식단이다. 최소한의 양념이란 간장, 소금,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 외에는 잘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조리과정 또한 복잡하지 않다. 나물 반찬을 무칠 때는 데치고 나서 기름(참기름 또는 들기름), 소금 또는 국간장으로 끝낸다. 조림을 할 때는 간장과 정제설탕보다는 원당으로 만든다. 절임 반찬도 종종 하게 되는데, 소금, 설탕, 식초에서 설탕은 원당으로 대체한다. 재철재료는 확실히 신선하고 저렴해 가계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채식위주 식단은 단순하게 그냥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유이다. 육류를 줄 때에는 소불고기와 생선, 닭고기 위주로 주고 있다. 일반식을 시작함과 동시에 간식도 만들었다. 삶은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고, 계란과 함께 섞어 반죽을 만든 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고구마계란빵이 된다. 계란 대신 바나나를 이용하기도 하고, 쌀가루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육아휴직 상태에서 시간이 꽤 많았고, 아내가 일을 시작하는 타이밍이었기에 애쓰며 만들었지만 이후 회사가 폐업을 함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었고, 그리고 새벽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애밥을 만드는데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간식은 만들어주지 못한다. 현실과 타협하여 제품을 더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장을 보고 일주일의 2~3일, 하루에 1~2개씩 반찬을 3~4가지 만들어 두고 있다. 한 번씩 특식으로 국수를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대충 간장계란밥이나 김에 밥을 싸 먹이는 것으로 때우기도 한다. 그래도 최대한 직접 만들어 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