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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Oct 04. 2024

만 29개월 애, 만 53개월 개, 보상.

 지난 이후 산책 시 늘 트릿가방과 함께 하는 중이다. 다른 집안의 다른 강아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리드줄이나 이 가방을 들면 인삼이는 일어나서 몸을 풀고, 어깨에 메면 지긋이 나를 쳐다본다.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것은 익숙하다. 밖에 나가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만 귀가 열리며, 내 말이 들리나 보다. 그러다 다른 자극이 있으면 또 귀가 닫힌다. 지금은 보상을 그냥 사료를 한알씩 주고 있는데, 좀 더 맛있는 간식을 주면 좀 달라질까 싶지만 우선은 지속하기로한다.

순간포착. 눈이 아간 인삼이와 저 커다란 이빨이 팔뚝이 박힌다 생각해보라. 그래도 평소엔 괜찮다.

최근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발을 닦인 뒤, 그 자리에서 발톱을 자르기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배운 대로 하면 오래 걸리다 보니 그냥 붙잡고 발톱을 자르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후 불가능해졌다. 시간이 흐르니 다시 발톱이 뾰족해진다. 인삼이 스스로 물어뜯으며 정리를 하지만 뜯기고 깨진 발톱은 위생상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2020년 11월 24일. 약 4년 전 했던 것을 다시 처음부터 한다.

교육의 순서는 아래와 같으며, 여기서 보상은 역시 사료 한알이다.

① 발톱깎이를 들었을 때 인삼이가 인식하면, 칭찬과 간식 한알을 준다. 익숙해지면 칭찬하지 않는다.

② 발톱깎이를 인삼이의 몸에 대면서 바로 칭찬과 간식을 준다. 반응이 늦으면 흠칫 놀라지만 그전에 칭찬과 간식을 줘서 그 놀라는 틈조차 주지 않는다. 이때 처음 몸에서 시작해서 점차 발톱 쪽으로 옮기는데, 이때 발톱깎이를 들지 않은 손에 인삼이 발을 올려 함께 진행해도 좋은 것 같다. 익숙해지면 칭찬하지 않는다.

③ 이제는 발톱을 깎는다. 깎고, 엄청난 포상을 주는데, 인삼이는 사료 한 움큼 줄 뿐이긴 하지만 포상이라면 포상이다. 다른 간식이 있다면, 그걸 줘도 좋다. 대신 씹히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보기에는 3단계이지만 예민한 인삼이는 이를 5단계, 6단계까지 쪼개서 진행을 한다. 이래서는 언제 하나 자를지 모를 일이지만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이렇게 하고 나면, 그래도 다음에는 꽤 수월할 것이다.


 아이 역시 모든 상황들에 있어서 교육을 한다. 복도에서 뛰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고, 집에서 뛰지 말고, 등등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전부 하지 말라는 교육뿐이지만 보상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보상을 주고 있는데, 밥을 잘 먹거나 이빨을 잘 닦았을 경우 또는 떼를 쓰지 않을 때 주로 보상을 준다. 아니 이것은 회유를 위한 뇌물인 건가? 어쨌든 지금 최애 간식은 빨아먹는 젤리이며, 아직은 효과가 좋다.

24개월 즈음. "킥보드는 끌고 다니는 거야~" / "복도에서 타면 안 돼~" 하지만 안 들린다.

복도에서 뛰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는 경우에 정말 보상으로 주어진다면 좋아질지 생각을 해봐야겠다.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 인사를 하는 것 등의 여러 가지 경우들을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교육이든 간단한 것은 없다. 어떤 이들은 때리면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맞고 자란 나의 경우 반발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개나 아이를 교육할 때 때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를 아빠가 때리면 관계에 있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말도 있어 더욱 그리 할 예정이다.


인삼이는 지금처럼 교육을 받은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신 간식의 종류를 조금 다양하게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아이의 경우는 회유의 뇌물이 아닌 정말 보상으로 간식을 줘볼까 한다.


"(복도에서 뛰지 않았을 때) 이든이가 뛰지 않아서 주는 거야~"

"(복도에서 소리르 지르지 않았을 때) 이든이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서 주는 거야~"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다 인삼이를 교육하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예의범절에 있어서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지금은 배변훈련을 하는 중인데, 대변을 변기에 싸면 그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보상이 돌아갈 것이다.

24개월 때보다 장난이 늘어났다. 그래도 말하면 들리긴 하나? 이제 작은 젤리를 준비해야 할 때인가 보다.

반려견과는 약 15년 동안 함께 살 텐데, 약 1~2년 동안 모든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줄 수 없기에 평생 교육을 진행해야만 한다.

아이 역시 한번 말해서 알아듣는다면, 입에서 피가 나지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하고, 역시 1~2년 동안 불가능하다.

나도 지금도 지식을 탐구하거나 처음 겪는 상황들이 아직 많기에 배워나가며 평생 배우고 실행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반려견이나 아이는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나는 누가 보상을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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