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러브 May 17. 2024

부부의 정체는?(1)


거리마다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곧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겠지. 벚꽃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린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이나의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난 것도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이었다.


"그때 너희 엄마가 얼마나 예뻤는 줄 아니?"

벚꽃이 필 때면 이나의 아빠 강준호는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준호는 수현을 보고 첫눈에 반했었다. 하얀 얼굴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수현이 길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을 쫓아가 업어치기로 한방에 쓰러뜨리는 걸 목격한 것이다. 그때 그녀의 주변으로는 벚꽃의 꽃잎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벚꽃이 만개하는 시절만 되면 떠오르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때 아주 짧게 선수 시절을 보냈다. 강준호는 이종격투기 선수를, 이수현은 레슬링선수를. 시합만 했다 하면 쉽게 이겨버리는 그들은 시시해서 선수를 그만뒀다고 한다.


지금은 동네에서 조용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부부간에 금실이 좋은 그들은, 종일 붙어 지내면서도 부딪치는 일 없이 서로에게 다정하다. 늘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꽃과 책,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차 감성 넘치는 분위기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여유 있게 커피를 내리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무언가 깨지고 박살 나는 소리다.


"박사장네 아니야?"

바로 옆 가게, 치킨집이다. 부부는 하던 일을 멈추고, 급히 달려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가게 안은 아수라장이다. 사채업자 4명이 치킨집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각목이 들려 있다.


"그만!!"

준호가 소리친다. 그 순간 잠시 정적이 흐른다.


"강사장!! 얼른 도망가!! 무서운 사람들이야!!!"

바닥에 고꾸라져 있던 박사장이 다급히 외친다.

얼마 전에 치킨집을 개업한 박사장은 아직 이 부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박사장 걱정 마. 이 애송이들은 우리가 처리하지."

"하." 그들이 일제히 비웃는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와 동시에 한 남자가 앞으로 달려오며 각목을 후려친다. 날아오는 각목을 사뿐히 피한 준호는 상대방의 명치끝을 주먹으로 정확히 가격했다. 또 한 남자가 달려들자 준호가 그의 정강이를 발로 찍었고, 등이 구부러진 순간 수현이 날아올라 그의 등짝을 팔 뒤꿈치로 내리찍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쓰러지자 당황한 나머지 둘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해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든다. 준호와 수현은 각각 한 명씩 상대했다. 준호는 상대방의 팔을 꺾어 집어던졌고, 수현은 상대의 다리를 잡아 올려 뒤로 집어던졌다. 부부의 합이 여러모로 참 잘 맞는 듯하다.


"?!!!"

이 순간 누구보다도 놀란 건 박사장이다.

몹시 놀란 그는 그들이 사채업자들을 상대하는 내내 토끼눈을 하고 입을 척 벌린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겨우 몸을 일으킨 사채업자들이 씩씩 거리며 가게에서 나간 후에도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아니 어떻게 저 험악한 사내들을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할 수가 있지? 이 부부 대체 정체가 뭐야?'



.

.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부의 정체는?(2)'는

다음 주 금요일에 이어집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

.

.





이전 06화 삼촌의 첫사랑(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