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러브 May 17. 2024

이기는 가족_불빛같은 부부의 정체는?(1)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따스한 주말 오후, 준호와 수현은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명랑한 5월의 하늘, 눈부신 햇살, 초록빛 물결, 형형색색의 꽃들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 싱그러운 풍경 앞에 고요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도 딱 이맘때쯤이었다.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 사랑 고백을 받았던 그날을 수현은 잊지 못한다.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끝날 뻔했던 아찔한 하루였기 때문이다.


28년 전 그날.

네 살 된 남자아이가 굴러가는 공을 줍기 위해 차도로 내려갔고, 달려오는 차에 치이기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달려간 준호는, 아이를 몸으로 감싸 안은 채로 차에 치였다. 위로 붕 떠올랐을 때 바닥에 등으로 떨어지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놀라울 정도로 아이는 무사했다. 준호는 큰 타박상을 입어 며칠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만,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었다. 차와 부딪힐 때 빠르게 점프를 뛰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스피드와 판단력 덕분이다. 단련된 몸과 빠른 판단력으로 아이도 구하고 이 정도 타박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준호가 입원해 있는 내내 병원으로 찾아왔다. 아이를 데리고. 아이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데 감사 인사라도 매일 할 수 있게 해 달라면서.


그녀는 아이가 차에 치일 뻔한 상황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다리가 굳어서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인 자신도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찰나의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그는 온몸을 던져 아이를 구해주었다. 준호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숨 쉬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우리 재희가 그날, 그 장소에서, 그 순간에, 준호 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큰 행운이고 기적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요. 우리 아이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재희야, 너도 인사해야지."

"감샤합미다."

아이가 귀엽고 어눌한 말투로 씩씩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수현은 그날을 떠올리면 아찔하면서도 남자를 잘 만났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다. 그 아이는 잘 컸을까? 지금쯤이면 30대 초반의 멋진 청년이 되었겠다고, 짐작했다. 어느새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장을 봐서 들어가려고 마트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쎄한 웅성거림이다. 그들은 발길을 돌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다. 치킨집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머 어떡해. 찌르려나 봐!"

한 여성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가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치킨집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남자 셋은 치킨집을 때려 부수고 있고, 한 명은 칼을 들고 치킨집 사장을 위협하고 있었다.


"스톱!!"

준호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일제히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뭐야?"

한 남자가 각목을 어깨에 둘러메고 다가오며 말했다.

피식, 준호가 소리 내어 웃었다. 마치 애송이들을 대하고 있다는 듯이.

"웃어?"

남자가 각목을 한껏 들어 올렸다가 내려쳤다. 통창 밖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지레 겁을 먹었다. 그리고,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준호가 한 손으로 각목을 잡은 채 여유로운 자세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 손은 브이를 한 채.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당황스러웠다. 남자는 각목을 빼앗으려고 힘을 줬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주먹질을 하려고 했으나 그 주먹마저 준호의 다른 손에 꽉 갇혀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그때 다른 한 명이 달려들었으나 준호의 발차기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나머지 둘은 내가 처리하게 해 줘, 여보."

팔짱을 풀며 수현이 말했다.

"그래. 자기가 살살 혼내줘."

준호는 아직도 한 명을 양쪽으로 묶어둔 상태다. 남자가 발로 걷어차려고 하자 사뿐히 피하더니 다리를 가격해 바닥에 주저앉혔다. 괜히 용썼다가 더 웃긴 꼴이 되어버렸다.


옆에서는 수현이 남은 두 사람 중 한 명을 들어 올려 벽으로 집어던졌고, 나머지 한 명의 배를 주먹으로 치더니 날아올라 등짝을 팔 뒤꿈치로 내리찍으며 마무리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이었다.

그 광경에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몇 초간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준호와 수현은 미소 지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참 여러모로 합이 잘 맞는 부부다.


때맞춰 경찰이 도착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늦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상황을 빠르게 제압했을 뿐이다. 4명의 사채업자들은 아직도 어벙벙한 얼굴로 경찰에게 붙잡혀 갔다.


그들은 몰랐다.

누군가가 찍은 영상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을.


"와 싸움 개 잘해."

"저놈들 당황하는 표정 좀 봐.ㅋㅋㅋㅋ"

"저 부부 대체 정체가 뭐야?"


댓글이 벌써 주렁주렁 달리고 있었다.





이전 06화 이기는 가족_봄의 마법(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