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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y 10. 2024

삼촌의 첫사랑(2)


"도와줘."

같은 동네에 사는 이나의 친구 도혜가 보낸 메시지였다.

이어서 카톡이 왔다.

"누가 자꾸 쫓ㅇ."

그 즉시 이나는 삼촌과 함께 친구의 집을 향해 달렸다.


도혜가 퇴근 후 버스에서 내릴 때 뒤에서 누군가가 급히 따라 내렸다. 이 동네에 살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우산을 쓰고 걸어나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외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린다. 도혜와 버스에서 같이 내렸던 그 남자의 발자국 소리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와 거리를 두고자 빠르게 걷는다. 뒤에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가 같이 빨라진다. 오히려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도혜의 집은 골목길 제일 안쪽에 있다. 갈수록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침 저 멀리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어떤 할머니를 발견한 그녀는 휴대폰을 보는 척 느리게 걸어본다. 자신을 쫓아오는 게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바로 뒤에서 비슷한 속도로 울리는 발소리. 뭐지?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는 휴대폰을 연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도혜의 부모님은 해외여행을 가 있던 참이다. 그녀는 이나에게 연락한다. 이나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분명히 구하러 와줄 것이다.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골목길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심장이 쿵쿵 뛴다.


.

.


이나와 삼촌이 도혜의 집 근처에 빠르게 도착했다.

이나는 도혜의 집으로 뛰어가면서 전화를 건다. 멈칫. 가까이에서 벨소리가 들려온다. 몇 걸음 앞에 휴대폰이 떨어져 있었다.


"..."

삼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나는 즉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들은 떨어져서 도혜를 찾아보기로 했다. 근방을 찾아봤으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이나는 휴대폰이 떨어진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고, 사정을 짧게 설명하는데 경찰이 왔다. 그 덕에 좀 더 빠르게 블랙박스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젊은 경찰이 같이 왔지만, 이제 이나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찾았다! 저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희미하지만 한 남자가 골목으로 여성을 데리고 가는 게 찍혔다. 그 골목 안쪽으로는 몇 집 없었다. 경찰과 이나와 삼촌은 나누어서 집을 확인해 본다. 이나가 찾아간 빌라는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일반 가정집이었다. 의심할 만한 점은 없어 보였다. 4층은 주인집이다.

"혹시 지금 반지하나 옥상에도 사람이 살고 있나요?"

"옥상은 비어 있고, 반지하에는 청년이 혼자 살고 있어요. 청년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곧바로 반지하로 내려갔다. 똑똑똑. "계세요?" 벨도 눌러보고 문도 세게 두들겨 보는데 조용하다. 여기가 아닌가, 하고 돌아서려는데. 쿵. 미세하지만 안쪽에서 분명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이나는 안에 누군가가 있다고 확신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그 소리는 도혜가 낸 것이었다. 기절해 있던 도혜가 이나의 목소리에 깨어났을 때 손발이 묶인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박아서라도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범인이 망치를 찾으러 간다. 망치로 도혜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팔을 들어 올린 순간. 창문이 깨지면서 이나가 들어온다.


날아오르며 발차기를 해 범인을 날려버렸다.

"도혜야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도혜가 울먹이며 답한다. 묶여있는 손발을 풀어주는데. 어느새 일어난 범인이 망치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낌새를 눈치챈 이나가 반격을 할 생각이었지만. 범인이 망치를 들고 이나의 머리를 내려치려던 그 순간. 순식간에 날아온 도혁의 발차기에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범인 위에 올라앉아 주먹으로 얼굴을 수없이 강타한다.


"삼촌 그만해!"

달려온 경찰들이 삼촌을 말린다. 이나는 삼촌의 저런 얼굴은 처음 본다. 오래된 분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섬뜩한 눈빛이었다. 범인의 얼굴은 알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경찰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더 처참했을 것이다.


하마터면 삼촌은 과잉방어로 처벌을 받을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도혜가 SNS에 알리면서 일이 커졌고, 다행히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사실 범인은 전부터 도혜를 스토킹 하고 있었다. 몰래 훔쳐보고, SNS로도 계속 지켜보면서. 도혜를 스토킹 한 증거들, 납치한 혐의, 망치로 두 사람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했던 살인미수까지. 게다가 예전에도 한 여성을 스토킹 하고 강간한 범죄가 있어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죄질이 나쁜 범죄자를 잡고 피해자를 구해준 영웅을 처벌할 순 없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삼촌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그가 운영하는 킥복싱 학원에 등록하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킥복싱 학원을 운영하면서 SNS를 간간히 하고 있었는데, 디엠이 끊임없이 오고 있다. 엄두가 안 나서 그는 확인도 못한 상태이지만.


잠이 오지 않는 이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본다.

삼촌이 고요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나가 그 옆에 가 앉는다. 그런 이나를 보며 말없이 부드러운 미소만 던질 뿐이다. 달보다 더 다정한 삼촌인데. 삼촌의 아픔을 모르지 않지만, 이제는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나는 생각한다.


삼촌은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기대해 주세요.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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