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현재를 보면, 현재에 과거를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변화와 흐름

by 송현모

삶의 어느 시점에 나를 사로잡았던 그 무엇도, 시간이 지나고 또 흐르니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체 없이는 굳이 떠오르지도 않는 그 무언가가 되고 말았다. 오늘 이 생각을 촉발한 대상은 내게 그리 좋은 추억을 남겨준 무엇 혹은 누군가가 아닌 터라, 좁게 보자면 이런 기억의 흐려짐과 망각 그리고 낯섦이 반갑다. 하지만 넓게 보아 지금 이 순간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 내가 지금 애정을 품은 것들 역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나를 일순 슬프고 애달프게 한다.


솔직히 말해, 오늘 나에게 흐려진 기억으로 다가온 대상은 떠올리기에 그리 반갑지 않은 무엇이다. 약 십 년 전부터 서서히 마음에 들이기 시작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무언가로 마음 한 곳에 자리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가벼운 마음이었고 서툰 시간이었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취미가 되었고 일상이 되었다. 물리적인 공간에 변화가 있었고 디지털 세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 끝이 났다. 내가 먼저 끝을 내었는지, 그 무언가가 먼저 끝이 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전자일 테지만, 구체적인 상황은커녕 전후 관계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늘 내가 그렇듯, 스며들듯 시작되어 마르듯 끝나기 때문일 테다.


새로운 것을 마음에 들이게 되었다.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걸 담을 수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진입 장벽을 높이고 살았던 사람 치고는 적당하게 무언가를 들였고, 바야흐로 넘쳤다 수그러지기를 반복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서 질리는 것 같이, 때때로 새롭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무디게 보내는 중이다. 일상에서 제하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지만, 없이 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십 년 전의 무엇처럼 이에 대한 기억 또한 흐려지고 잊힐까 두렵다. 사실 잊는 것보다 두려운 건 잊어버린 스스로를 깨달을 때 나를 엄습한 감정들이다. 그 감정이 무엇이 될지 몰라 무섭다. 그때는 과거가 되어 있을 현재, 시간 낭비를 하였노라는 후회와 회한이 아니라, 적어도 그 시절이 그것으로 기억될 만했고 나는 적기에 그 무엇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았노라는 만족과 회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느 무엇이든, 그 순간의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을 때는 후일 그것이 어찌 회자될지 알 수 없는 법. 그래서 늘 불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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