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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며

일상

by 북짱



주말이다. 평소에 늘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 덕에 주말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이 떠진다. 조용하길 예상했지만 쿵쾅 뚝딱 소리가 나더니 어김없이 우리 아이들도 일찍 일어났다. 새벽같이 내 방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란스럽게 하더니 나갔다. 그러면 나는 얼른 방문을 걸어 잠근다. 분명 다시 와서 별것 아닌 일로 나를 귀찮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웬일인지 몸이 뻐근하고 피곤해서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다시 침대에 눕는 일은 거의 없는데 아침이 살짝 쌀쌀해져서 인지 몸이 찌뿌둥해서 인지 침대에 살짝 누워 눈을 감아본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별생각 없이 그대로 누워 있는데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역시나 아이들이 몰려와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세 번의 거절 끝에 아이들은 포기하고 돌아갔다. 사실 이 시간을 뺏기기 싫었다. 가끔은 이기적일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패턴에 말려 들어가지 말고 나만의 패턴을 유지하고 지키면 하루가 조금은 더 수월해진다.




잠시 누워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글이 이어지면 쓰고, 막히면 멈춘다. 억지로 짜내려 해도 글은 써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이 길이 맞나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계속할 수 있을까? 잘 쓰는 걸까?’ 이런 의문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다 결국 생각들을 다 내려놓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간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도 계속 생각해 본다. 그렇게 고민하고 부딪히며 나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조금 더 잘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좋은 나로, 성숙한 나로, 깊어진 나로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문뜩 하나님은 나를 어디에 쓰시려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되길 원하시는지 생각해 봤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바라볼 때 꼭 되어야만 하는 조건이나 대상이 있지 않은 것처럼, 하고 싶은 것, 즐겁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스스로에게 기쁨이 되는 일을 찾길 바랄 뿐이다. 그렇듯이 하나님도 내가 꼭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시기보다는 주신 것들을 누리며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길 원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언가가 되려고 너무 노력하다가 본질을 잃어버리는 일들을 종종 본다.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포기하지 말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목표 때문에 나를 삼켜버리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일이나 공부에 파묻혀 내 삶의 즐거움과 기쁨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삶은 힘들다. 쉽지 않다. 힘든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고통과 힘듦이 계속된다면 모든 것을 다 놔버리고 싶어 지게 되고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짜증과 화가 밀려온다. 그리고 그 화는 제일 가까이 있는 아이들과 남편에게로 향한다.




그러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정신 차리자!’ 마음먹는다. 마음을 똑바로 잡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 본다. 할 수 있다. 힘들 땐 그냥 힘들다고 인정하고 잠시 멈추었다 가면 된다. 투정도 부려보고 신세 한탄도 해보고 눈물이 나면 울고 화가 나면 소리도 쳐 보면서 말이다. 나중엔 별일 아닌 어떤 힘들었던 날 중 하나로 잊혀지며 지나갈 테니까.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렇게 스스로를 토닥여 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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