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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티지 그라시아 Oct 09. 2023

다꾸 하는 소녀감성 중년 아줌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어릴 적 유행처럼 해보았던 우표수집은 그 당시 누구나 한 번씩 해보았음

직하다. 그러나 해본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지속해서 빠져든 사람은 많지 않다. 무언가 집중하기 위해서는 무작정해서는 안된다. 흥미가 있어야 하고  이유가 분명해야 재미가 생긴다. 그래야 지속 가능해진다.



우리는 한 분야에 열광적인 정열을 갖고 있고 돈과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을 마니아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에너지를 받는 사람들. 취미가 특기가 되고 그것이 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


누구나 꿈꿀 수 있고 실현가능하다. 다만 보이지 않는 수고가 필요하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할 수 없는 것 또한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세대의 전유물처럼 느꼈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

  다꾸를 하는 인구는 예나 지금이나 한정적이다. 그러나 문구덕후라면 다꾸의 매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아기자기한 성격인데 기록하는 것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면 다꾸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똥손이라고? 예술적 감각이 없다고? 그런 이유로  다꾸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심미성이나 창의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장착되곤 한다. 그런데 난 아기자기한 성향에 기록하는 것도 꾸미는 것도 좋아하니  사실 다꾸하기 딱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꾸는 젊은이들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년인 내가 과연 해도 될지,  이런 걸 좋아하는 나는 아직도  미성숙한 건 아닌지, 나이 들어 주책은 아닐까 별의별 생각들을 다 했다. 다꾸가 뭐라고 그렇게 혼자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난 생각을 바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누구의 눈치를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걸 망설이거나 바꾸고 싶진 않았다.




' 그래! 이 취미를 하기에 나이가 많다면 내가 중년의 틈새시장에 들어가자! 다꾸계의 대모가 되면 되지 뭘~~  '




그런 생각에 다 다르니 복잡한 생각들이 자연스레 떨쳐졌다. 중년의 나이에 조금은 유치한 듯싶은 소녀감성의 날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꾸는 내게 왔다.




딸들은 다꾸 하는 내 작품을 감상만 할 뿐 아니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신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꾸의 현 동향에 대한 깨알 정보도 주었다.  우린 서로 불안한 미래에 대한 얘기며 각자의 고민을 수다처럼 나누며 다꾸를 했다. 사춘기 딸들과 중년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취미구나 새삼 느꼈다.



그러나 다꾸를 주제 삼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가족뿐이었다. 어른인 내 친구들은 나의 작품을 보여주어도 사실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 취미를 존중(?) 해주는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  중년의 다꾸 친구를 필요로 했다. 아쉽게도 나의 다꾸 친구는 오로지 가족과 딸의 친구들로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꾸 얘기를 맘껏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 한 편에는 나와 같은 감성을 지닌 친구들이 생겨나길 희망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꾸로 힐링이 되고 치유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중년 다꾸 인구가 늘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다꾸를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겨나길 희망했다.



그러나 현재는 내가 처음 다꾸를 접했던 불과 몇 년 전과는 상황과 달라졌다.  그땐 나말고는 40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다꾸를 하는 연령의 폭도 넓어지고 좀 더  보편화된 듯싶다. 여전히 20-30대가 압승이지만 지금껏 나는 지금껏 10대부터 60대까지의 다꾸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년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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