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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혁 Dec 01. 2021

결혼에 대한 직설

사랑에 대하여 기도하고 있는가

내가 아는 가까운 선생님은 제자들의 주례를 서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제자의 결혼 주례를 맡았는데, 그 커플이 이혼함으로 받은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작가님은 아무나 주례를 서지 않는다고 한다(이름 대면 다 아시는 인기 작가다.). 독자가 부탁을 해도 맡지 않는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파는 것에 대한 불쾌함 탓이라고 들었다.


나도 결혼식 사회를 볼 때가 있는데, 작가가 작가이지 전문 행사 MC는 아니기에 나도 나름의 기준은 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에 사회를 맡았다가 잘 팔리지도 않을 내 이름을 아무 데서나 팔고 다니는 사람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넓은 범위로는 내 책을 읽어준 독자님들 정도이고, 좁은 범위로는 서로 곁을 내어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친구 정도의 결혼식 사회를 맡곤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20대 때부터 수많은 사람을 보고 겪은 만큼 대화를 나눠봤을 때 잘 살 것 같은 커플이어야 한다.


잘 살 것 같은 커플이라는 게 집안 학력 직업 등을 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역에서 제법 큰 예식장을 낀 전직 호텔리어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게 결혼한 사람들은 사랑이 제1순위가 아니어서 금방 헤어지게 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다 치더라도 어느 한쪽이 압력을 느끼고 사는 삶을 살고 있다(그런 삶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고 별로 상관없는 것들을 기준에 두고 결혼하는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축의금을 낼 수는 있으나 사회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오래 사랑을 나누고 살 것 같은 이들의 결혼이어야 한다. 그게 그들의 삶에도 좋고, 내게도 두 사람이 오래 고마움을 간직할 것이므로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기능적으로 따져 보는 부류를 경멸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든 상관없지만 일단 그런 시선이 나를 향하면 매우 불쾌하다. 종종 교제 대상을 연애용 결혼용으로 나누는 이들이 있다. 그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예컨대 외모만 훌륭하고 제 앞가림은 못 하는 사람만 골라서 연애한 분들이라면 그런 분들과 결혼해서 인생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결혼용 상대를 빨리 만나는 것이 합리적이긴 하다. 다만 본인이 '인성 무엇?'이라는 말을 듣거나 말거나는 나중의 문제 되겠다. 이런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들을 그렇게 한다. 이분들에게 연애는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은 꿈이었던가.


그 말대로 결혼이 현실이라면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가며 상대를 만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이런 사람은 사랑할 상대를 연애용 결혼용으로 나누고 사는 법이 없다. 사랑을 할 뿐이다. 우리에게 연애나 결혼은 언제부터 목적이 되었을까. 단지 그건 사랑의 한 과정일 뿐이지 않은가.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지극히 옳으신 이 말씀은 결혼에도 역시 유효한 말이다. 결혼 적령기는 나이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정해주는 것이다.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과 하는 것이고, 서로 사랑이 우선시 되는 사이를 추구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혹시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며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밥 벌어먹으려고 사랑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글쎄, 일단 내가 사회를 본 커플 중에는 지금까지 이별 소식이 들리는 일 없이 잘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쯤 되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편은 어느 쪽이라 할 수 있을까. 당신에게 묻는다. 사랑에 대하여 기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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