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도쿄 라멘 아홉번째 이야기

by 꿈애취애

나에게는 “길치”라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어디에서나 길을 잃고 지도를 보면서도 헤맨다. 문명의 이기인 네비게이션과 구글 맵조차도 내 능력의 발현을 막을 수 없다. 나는 무적의 길치 능력자다.


큰 도로가에 있는 가게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찾기 쉬워서다. 반대로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야 찾을 수 있는 집은, 길치 능력의 발휘로 분노에 휩쌓인 다음에서나 도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당 리뷰 사이트에는 그런 카테고리가 있다. “隠れ家レストラン“ , 한국말로 “숨어 있는 맛집”으로 번역하면 될 것 같은데, 네이버 어학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隠れ家”(숨어사는 집, 은둔처)와 “レストラン”(레스토랑)은 따로따로 나오는데 붙어 있는 단어로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隠れ家レストラン(숨어 있는 맛집) 랭킹 20, 혹은 숨어 있는 맛집 도쿄 추천 등등으로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게다가 음식 리뷰 사이트는 식당의 로케이션(위치, 환경)으로, 당당히도 “隠れ家レストラン(숨어 있는 맛집)”이라고 표기한다. 하필 오늘 내가 찾은 집이 “隠れ家レストラン(숨어 있는 맛집)”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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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메다 헤메다 그래도 도착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가게에 들어섰다. 가게의 상호는 “ねいろ屋“였다. “ねいろ“는 음색(音色)이라는 뜻이다. 라멘 가게에 음색(音色)이라는 이름을 붙히다니, 내가 본 라멘 가게 중 가장 파격적인 상호였다. 식당은 미각, 후각, 시각을 자극하는 곳이다. 그런데 주인 요리사는, 비록 과거 뮤지션이었다고 하지만, 요식업에 당당히 음색이라는 청각을 자극하는 단어로 가게 이름을 지었다. 게다가 라멘 식당 안에서 음악을 틀어 놓은 집도 여기가 처음이었다. 라디오 방송이나 인기곡 모아 놓은 리스트를 스트리밍한 것도 아니었다. 주인 요리사가 좋아 하는 곡을 틀어 놓았다. 본인이 큐레이션한 음악 들으며 라멘 먹으라는 의미였다. 커피샵도 아니고 라멘집에서 이렇게 하니 신선했다.


또 하나 신기한 건, 빙수도 함께 팔고 있었다. 중국집에서 팥빙수 파는 느낌이었다. 한국이라면“자장면과 함께 팥빙수도 드세요”였다. 이런 컴비네이션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주인 요리사 분께서 아티스트(뮤지션)이었기에 고정 관념을 가볍게 깨시는 것 같다.


유일하게 실내를 찰영할 수 있었다. 많은 집들이 실내 찰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다른 곳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옆에 아저씨가 찰영하길래 나도 몇 장 찍었다. 사진만 보면 빈티지 카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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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좌석이 열네개나 있었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자리를 뽑아낸 느낌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특정 요일에는 특정 라멘 한 가지만 팔고 있었다. 시오(라멘)를 주문해서 먹었다. 1100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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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는 라멘보다 개성을 먹은 것 같아서, 어느 면에서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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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Suginami-ku, Amanuma 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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