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의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면 어떨까.
갓 서울로 상경했을 즈음에는 핫플레이스와 사람 많기로 소문난 홍대입구역이나 연남동으로 가서 한껏 서울 공기를 들이마시곤 했다. 그렇게 실컷 사람 구경을 하고 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가득 차 올랐다.
하지만 서울이든 지방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특히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된 곳은 더 빨리 사람에 질리기 마련이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는 빈틈이 없다 못해 구겨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서 같이 껴 있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야금야금 빼앗아간 에너지로 지하철이 움직이는 게 아닐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사라지고 그저 사라지고 싶은 마음만 든다.
이제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져야 다시 에너지가 쌓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무한으로 멀어지면 될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야 할까.
여러 날 동안 고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바로 요가원이었다. 새벽 타임이라 졸음을 이겨내야 하고 아사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이 먼저 떠오른 이유는 왜일까.
새벽 타임의 멤버 구성은 거의 고정적이다. 그래서인지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음에도 익숙한 얼굴에서 오는 내적 친밀감이 있다. 30센티 정도의 간격으로 매트를 깔고 각자의 수련을 한다는 점에서 개인플레이지만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한 개인의 에너지가 모여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간다.
몇 분 이상 부동을 유지해야 할 때 혼자였으면 포기했을 법도한데 옆자리 사람이 버티고 있으면 같이 버티게 된다. 어쩌면 옆 사람도 ‘저 사람 아직 안 내려갔네’하고 같이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교에서는 함께 수행하는 벗을 도반이라고 한다. 요가도 어찌 보면 수행의 한 형태이므로 요가원에서 함께 수련하는 이들을 도반이라는 든든한 말로 부른다.
도반들의 에너지와 배려로 인해 더 이상은 요가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보통은 매트 안에서 수련하지만 매트 사이의 30센티를 침범해야 하는 아사나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안에서 도반들의 귀여운 배려심을 엿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매트 바깥으로 다리를 벌려야 하는 아사나에서는 발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뒤로 자리를 재빠르게 옮긴다. 혹은 선 자세에서 허리를 편 상태로 숙이는 아사나에서는 앞사람 엉덩이에 박치기를 할까 봐 눈앞에 있는 엉덩이에다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최대한 젖히며 내려간다. 서로 닿지 않기 위해 멀어지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귀여워 힘든 순간에도 웃음이 나온다.
30센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부담스럽지도 서운하지도 않은 적정거리에서 자신감을 찾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다시 에너지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