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사자 Oct 07. 2021

내일 나의 직업은?-프롤로그

프롤로그

끼도 많고 흥도 많아 늘 초등학교에서 장기자랑이 있으면 잘하든 못하든 우선 접수하고 봤었다. 주변 어른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았고, 친구들도 “얘 좀 하는데?”라고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흥부자로 살아온 지가 계란 한 판 하고도 셋.

물론 그녀라고 다 인정받았던 세월은 아니겠지. 밖에서 지고 오면 혼나거나 야단맞는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승리욕도 강해서 본인보다 잘 나가는 친구가 있으면 그날 잠을 못 자고 분해서 울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것도 긍정적으로 봐줘서 다행이지. 면박이나 주고 하라는 공부나 하라며 기를 죽였으면 악바리로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춘기에 이제 막 접어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끼리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여자 넷이 모여 수련회 때 장기자랑을 하기로 했다. 그 당시 최고 여자 아이돌 그룹 핑클이 되기로 했다. 서로 “네가 성유리 해라, 옥주현 해라.”라고 그랬다.

학교 운동기구를 넣어 놓는 창고를 빌려서 율동 같은 동작을 수없이 연습하며 춤춘 실력으로 2년 뒤 추억의 오디션 프로그램 JYP 박진영이 심사위원으로 나와 당시 최고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SBS에서 꽤 크게 화제가 되었다. ‘박진영의 영재 99%’ 프로그램에서 보기 좋게 탈락을 맛보았지만, 기죽지 않고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말로 하면 끼를 들어내고 요즘 말로 하면 관심에 목매는 사람으로 보이는 듯하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디서든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 했고, 배우는 거에 두려움도 없었으며, 모험심이 강해 도전 하나는 충실했던 거 같다.

근데 그랬던 그녀가 어느 날 현실을 자각했었다. ‘나는 왜 오랫동안 하나만 쭉 외길 인생을 걷지 못했을까?’ 누가 뭐라 한 건 아닌데,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해봤고, 직업이 다양하였었기에 많은 경험과 경력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망한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시대는 달라졌다. 하나만 잘해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슬로건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나름 그래도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보통 딸이 직장에 취직한다고 하면 축하한다고, 장하다고 말을 할 텐데 그녀 엄마는 걱정부터 앞섰다. “네가 또 들어가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들어갔냐고 그냥 프리랜서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나 계속하며 살아”라고 수년째 엄마는 말을 했다.

솔직히 프리랜서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날 때부터, 뼛속부터 프리랜서 DNA를 가진 탓인지 틀에 박힌 일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프리랜서가 천직이라고 말을 하는 거 같다.

그녀 역시 억압받지 않고 틀에 갇힌 기분보다 자유롭게 본인의 일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내일은 또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그날 그녀 자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지 그렇게 매일 색다른 옷을 갈아입는 기분으로 지내는 거 같다.

누가 그녀에게 1000만 원을 준다면 뭐 하고 싶냐는 물음에 그녀는 덜컥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사격을 등록하고 총을 사고 싶다고. 그만큼 아직 그녀에게는 하고 싶은 게 많이 목말라 있다. 사람마다 저마다 삶의 기준도 다르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못해본 경험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얻음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후회 없는 경험으로.

그녀는 새해마다 버킷 리스트를 늘 작성하는데 다가오는 새해 버킷 리스트는 어떻게 꾸며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