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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Oct 30. 2022

불행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초등학교 6학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대해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만든 불행을 보자. 


남자아이는 M

여자아이는 F


첫 번째 발표


-아이의 소망


F: 한 부부가 소망하던 아이가 태어났어요. 아이는 밝고 예뻤습니다. 아이는 많은 것을 궁금해했어요. 부모는 말했죠. "바깥 풍경을 보고 싶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보여줬어요. 나뭇잎, 가지, 태양, 아이는 손을 뻗어 많은 것을 구경했죠. 날이 추웠지만 괜찮았어요. 오들대며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했습니다. 아이의 이마에 열이 올랐고, 아이는 금세 쇠약해졌죠. 아이는 창문을 통해서 밖을 봐야 했어요. 창밖에 무지개가 떠 있었습니다. "나도 직접 무지개를 보고 싶어." 아이는 소망했지만 부모는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거든요. 

그날 아이는 앓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만. 그토록 보고 싶던 무지개에 가장 가깝게 지내는 거네. 

아이: 그렇네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두 번째 발표


-슬픔의 순환


M: 아이는 어릴 때부터 학대 당했어요. 아빠는 매일 술을 먹고 빈 소주병으로 아이를 때렸죠. 엄마는 방치했습니다. 아이는 무기력하게 자랐습니다. 밤마다 맞는 소리가 커지자 사람들은 층간 소음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아이의 상태를 보고 부모를 아동학대로 처벌하기로 했죠. 아이는 보호소에서 자라다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한 여학생을 만나게 돼요. 버팀목을 찾은 거죠. 그가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여학생은 "누가 너 같은 애를 만나냐." 말하며 주인공과 가장 친한 친구랑 팔짱을 끼고 사라집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결혼을 하게 되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게 됩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14살이 되던 해, 갑자기 이상한 프로그램을 보고서는 실험을 하고 싶다며 부모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는 자식에게 맞아 50살의 나이로 사망하게 됩니다. 


세 번째 발표


-5억원


M: 엄마는 도박 중독자였어요. 아빠는 알콜 중독자였죠. 집은 가난했고 아이는 어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도박으로 5억을 땄던 거예요. 다들 기뻐했죠.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부모는 죽게 되고 자식만 남습니다. 자식은 유산으로 그 돈을 다 물려받게 됩니다. 기뻤죠. 하지만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걸 알게 돼요. 불치병입니다. 

그는 불치병을 치료하고자 5억원을 다 지불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선생님: 주인공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아이: (웃음)


네 번째 발표


-그러나 


M: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나는 3층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전쟁에 끌려가 총을 맞았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개미가 나뭇잎을 건드렸다. 그로인해 바람이 불어 태풍이 일었다. 태풍으로 인해 집이 무너졌다. 그러나 (일동: 죽지 않았다, 외치기 시작함.) 음. 죽지 않았다. 30억짜리 집을 잃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밤에 모기에 물렸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간지러워서 긁었더니 피가 나왔다. 과다출혈이었다. 

그러나 나는 죽었다. 


다섯 번째 발표


-붉은 깃


F: 친구가 앵무새를 주었다. 나는 앵무새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그런데 갑자기 집이 망해서 가난해졌다. 가난해진 이후로 아빠는 걸핏하면 앵무새를 버리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친구들은 외식도 한다는데. 아빠에게 맛있는 걸 사달라고 했다. 아빠는 로또를 사고는 당첨되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드디어 치킨을 사줬다. 나는 맛있게 먹었다. 텔레비전에서 로또 번호가 나오고 있었다. 당첨이었다. 아빠는 기뻐하다가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때 내 이빨에 끼인 붉은색 깃털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섯 번째 발표


-전쟁


F: 나는 언제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걱정했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이렇게 통일이 될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전쟁이 났단다. 나는 징집되었다. 인생......


일곱 번째 발표


-로또


F: 로또를 샀다. 어차피 될 확률은 없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았다. 당첨번호를 확인했다. 세상에. 내가 적었던 번호였다. 20억! 환호성을 질렀다. 

주머니를 뒤지자 로또 종이는 비에 젖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찢어져 있었다. 


여덟 번째 발표


-불행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아이: 주인공이 태어나고 주인공이 죽어요. 

선생님: 태어나고 죽는 게 불행인 거야? 

아이: 네. 우리는 다 불행하니까요.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의 제목을 따와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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