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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Oct 30. 2022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내 옆에 서서 눈을 내리 깔고 작게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매번 아이들과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하다.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익숙해지는 것도 이상하다. 시간이 흘러 매주 이 구성원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며 지냈지만, 그런 생각도 역시 이상하다.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고자 했다. 지금이 마지막 인사라면 뭘 해줄 수 있을까. 


상자를 뒤져 빨간 펜을 하나 선물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거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뽑기 상자를 만들었다. 아이는 마지막 날 뽑기를 해야 한다. (물론 거절해도 된다.) 상자에는 접힌 종이가 있고 그것을 뽑으면 물건이 결정된다. (예시: 펜, 젤리, 사탕) 랜덤박스처럼 근사한 선물도 하나 숨겨둬야겠다. 아이들은 이 게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다가 마지막 날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 덕분에 이런 시스템이 생겼다는 건 모른다.

나 역시 누가 가장 먼저 뽑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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