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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May 22. 2022

새로운 시작은 늘 무너짐을 동반한다

시작.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에서 반드시 겪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 득과 실, 명예와 불명예, 칭찬과 비난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좋은 것만 골라서 겪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손해를 보거나, 이별을 경험하거나, 상황이 나쁘게 변했다고 해서 삶이 끝난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할 때 비로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뜻하던 대로 되지 않을 때 절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곧 새로운 세계,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이다. 인생에서 변화가 올 때는 다음 단계의 시작이다. 변화는 행운이다. 변화는 우리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

‘인간만사 새옹지마’이고, ‘불운 뒤에는 행운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역경이든 그 속에 희망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겉으로는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행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변화는 행운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을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도 볼 수 있는 지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볼 수 있는 지혜가 말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이별하는 순간에 고통으로 태어나듯 삶의 모든 순간에서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의 불행이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겪은 각종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암으로 인해 인생에서 한참 일하며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 30대 때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서럽고 억울해서 생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암에 걸려 잠시 쉬게 된 덕분에 내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을 것이다.

암은 고통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그래서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암은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그리고 곧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


과거의 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다. 지극히 개인주의자였다. 그동안 내 인생의 주요 키워드는 돈, 외모, 출세, 명예, 개발, 효율 등이었다. 하지만 암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고,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는 사랑,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등이 더 중요하다.

특히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암 환자라는 약자의 처지에 놓였기에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과 처지를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나는 안다.


인간적인 모든 것, 세속적인 모든 것은 유한하며 변한다. 나는 그것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한 가지. 하느님께서 나를, 우리를, 인간을 언제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닫자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나는 예수님을 내 뜻을 다하고 내 목숨 다하여 사랑하리라고 결심했다. 예수님께서 내 마음속에 사랑의 불을 지펴놓으셨나 보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고 싶어서 돈을 번다. 외모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운동과 다이어트를 했다면, 이제는 건강해져서 봉사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


“만일 네가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다면 너는 부유하다. 네게는 그분으로 충분하다. 그는 모든 상황에서 너의 조력자가 될 것이며 끝까지 충실하게 네 곁에 계실 것이다…. 너의 모든 신뢰를 하느님께 두어라…. 그는 너를 위해 오실 것이며 네게 최상이 되도록 모든 것을 이끄실 것이다…. 너는 영원한 집을 갖고 있지 않다…. 너의 집은 하늘나라에 있으며, 지상의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으로 여겨라. 모든 것은 한 번은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은 진정 현명한 사람이다!” *


유방암으로 인해 내 세상은 무너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 가치관은 180도로 변했다. 고통은 은총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유방암은 나에게 은총이었다. 물론 몸이 약해졌으니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결국은 괜찮아질 것이다.


* 모니카 마리아 슈퇴거, 정복례 역 《소화 데레사의 삶과 사랑》 p.74, 바오로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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