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정직한 나의 거울이다.
아이를 낳고서야 엄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았다. 선생님이 되고서야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아무리 들었어도 체감되지 않았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나 여러 아이들의 삶을 온전히 만나 것의 무게를 설명으로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늦게나마 밤새 육아서를 읽었듯 선생님이 되어서는 사람공부, 마음공부를 시작하였다. 도서관에 있는 공감과 소통의 책을 300권을 넘게 찾아보고 상담, 마음공부의 영역을 넓혀가며 공부를 하였다. 마음공부라는 것이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내 마음을 매번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냉동고의 문을 열고 얼어버린 마음 하나를 꺼내는 듯했다. 이것이 녹아 다시 쓸 수 있을까 싶은 절망을 이겨내는 것이기도 했다. 고군분투하며 알게 된 것은 그 많은 책들과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해 주면 되었던 일이다.
가만히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해 주면 되었다. 토닥토닥 그랬다고 가만히 알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가만히 나를 보는 것이 어려워 그 많은 시간 연수를 다니고 책을 보고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나는 그 모든 것의 처음 시작점으로 다시 온 것 같았다. 나는 불안을 잊기 위해 배웠고 인정을 받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였다. 그것으로 인해 매년 연구회를 하고 연수를 진행하였다. 수많은 사회적 명칭을 만들었다. 교육부 장관상, 박사가 되고 공감 수업에서는 전문가가 되고…. 그러곤 허무함이 몰려왔다. 모든 것이 필요했던 과정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필요했던 것은 사회적 지위도 학위도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나의 존재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했다. 더 높은 지위와 더 많은 공부를 한 사회적인 내가 되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내 생각이 문제였다. 모두 나의 방패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로부터 방패를 만든 것이었나? 누가 나를 공격했나? 그것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와 명성으로 나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것을 믿는 것은 지금도 쉽지 어렵다.
공격은 내부에 있었다. 내 안에는 늘 매서운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 관리자가 있었다. 냉혹한 감독관의 역할을 한다. 내 안의 감독관은 나를 더 발전하게 만들었지만 내 안의 평화를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잘하고 있는지, 노력하고 있는지, 실수하지 않는지…. 말 그대로 감독하였기 때문이다. 감독관의 기준은 높으므로 그 기준에 만족스럽기란 너무 어려웠다. 냉혹한 감독관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가차 없이 비난해 댔다. 이것밖에 못 하느냐고, 너는 쓸모없다고 말하였다. 내 안 감독관의 말이 너무 생생하고 아팠다.
내면 가족체계치료를 배우며 내 안에서 오랜 시간 보호자로서 감독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독관은 나를 성장하게 하고 발전하게 하였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나를 들들 볶아 댔다. 내 안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이제 바꾸려고 한다. 잘하는 것으로 나의 안정을 찾도록 만들었다면 이제 잘하지 않아도 나는 안전하다고 말해주는 관리자를 새로 뽑았다. 그런데도 나의 관리자 덕분에 내면가족치료체계라는 공부도 할 수 있었으니 버릴 게 없다. 모든 것은 그 시간 속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한 것이었다.
나는 그 긴 시간 길을 돌아왔기 때문에 이젠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로 했다. 이 순간을 누리고 행복하기로 했다.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노력하는 오늘이 아닌 단지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살기로 했다.
작심 3일이다.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오늘부터 1일 다시 한다.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방향을 바꿔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거로 가는 내 생각을 지금 여기에 붙잡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로 가는 나의 불안을 멈추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기꺼이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