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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롬 Jan 01. 2025

상담 no: 구멍 난 영혼 4

공허함은 수용하지 못한 상처의 크기와 같다.



여객기 참사 희자를 애도합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적어 놓은 글을 올립니다)


나는 작은 것에 촉발되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과, 참아도 현 상황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 오지 못할 느낌들을 참고 있다.


촉발 요인는 '상담 취소해야 한다'는 문자였다.

상담실 공사가 마무리가 안되어 취소한다는 문자였다.


어쩌면 막연하게 나는 이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문자가 와 있는 것을 보고 내용도 확인하기 전에 나는 두려웠다.


현재 나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상담이 취소되는 것이었을까?

나는 생각해 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마치 초등학교때 졸업식에 오지 않은 엄마가 떠올랐다.

이게 무슨 그런 일이라고...

머리와 몸은 또 따로 논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했고, 이제 상담은 내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상담을 녹음해서 다시 들으며 내용을 이해하려고 정리한 종이가 몇십장이 된다.


이전 상담을 7번을 다시 듣고서야 내가 절벽위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던게 아니고 그저 평범한 대화였다는 기했고 안심이 되었다..


8번 들었을 때 상담사가 말한 '환경이 나를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만들어 온 것이다'라는 말이 어렴풋이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한 10번 쯤 들었을때...

나는 내담자 체험을 하는 상담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고...

정말 내담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이래 저래 이번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를 기다릴 때 그것 말고 존재 이유가 없듯이 나는 상담을 기다리면 그런 심정이었을까..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지만 나는 그때도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이 흩어지는 듯다.

현실 상황에 맞지 않을 감정 또는 과한 감정에 휘쌓인다.  버림받은 것 같다.


이 상담이 발달트라우마, 애착손상을 치료하는 과정인 것처럼...

나의 오늘은 어린시절에 기인한다.


여러 기억 중 엄마가 안왔던 가장 큰 사건은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다.

작은 시골동네에서 하는 졸업식은 마을 잔치와 같았다. 그곳에 나를 두고 집을 나갔던 엄마가 올리 만무했지만 나는 엄마에게 졸랐고 꼭 온다는 답변을 받았다. 엄마는 오지 않았다. 당연히 올 수 없었다. 시끌벅적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 길에 발이 땅에 붙어 있는 같았다. 그럼에도 집에 도착했고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목놓아 울었다.


다시 현실.

수업중 문자가 왔다. 나는 수업중이여서 확인을 못하고 발신처만 확인했는데 상담실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뭔지 모를 두려움에 속이 울렁거렸다. 쉬는 시간에 문자를 확인했다. '오늘 상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도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나는 일어나서 심호흡을 하고 친한 샘 반에 가서 커피한잔을 따뜻하게 달라고 했다. 종이 났고 수업에 들어갔다. 눈물을 꾹 참고 호흡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사람은 상황에 잘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한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일들을 붙들고 있다. 또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며, 참는다고 해도 현 상황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그런 끔찍한 느낌을 참고 산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p.29-





상담취소로 생긴 시간에 빈백이 있는 커피숍에 갔다. 마시지 않을 커피를 시키고 빈백에 누웠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다. 머리가 멍하고 아무생각도 나지 않아 잤다. 얼마간의 잠에 깨어 음악을 들었다. 상담시간에 틀어주었던 노래이다.


한영애 '바람'

조용필 '그래도 돼'


반복재생하며 아무생각없이 하늘을 보며 음악을 들었다.

작은 요인에도 촉발되는 나의 우울의 근거들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던 것들을 해 본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놓아 본다..

버스 타보기

밤에 가로등 아래 걷기

낮에도 걷기

주변 사람과 가벼운 얘기하기

아이들 안고 부비부비하기


우울의 감정은 안전하고 편안한 것이라 어느새 그 중간에 가 있는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자동화를 막기 위해 멀리 할 것들..


상담책 찾아 읽기

상담 녹음 다시 듣기

발라드 음악 듣기

혼자 있기..


상담이 취소되고 나는..

엄마없이 혼자 살아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열쇠는 나에게 있다는 상담사의 말처럼 이 상황도 '온전한 지금여기'일 뿐이다..

몰려오는 감정을 호흡으로 흐트린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치료자의 능력 그 자체가 치료 행위의 근원이라고 할 수 없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치료실에서 안전감을 느끼는 역량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성공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불가능으로 인해 치료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감각운동심리치료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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