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후의 '문자'
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열두 겹의 자정』, 문학동네, 2012
나민애 작가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를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인 시이다. 우와 이럴 수가 있나! 다시 태어나도 내 모국어이고 싶다니... 처음에는 모국어라는 단어가 감각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모국어? 태어나 처음 배운 본능적의 언어? 예의를 차려도 결국 들통나는 내 본연의 말.
이것을 ‘너’로 옮기고 보니 엄청난 말이다.
나는 너의 본연, 태고의 무엇이 되고 싶다.
엄청난 말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선언! 고백! 다짐!
과연 나는 무엇이고 싶었던 적이 있나?
하루 종일 고민을 해보고 싶어지는 화두다.
참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