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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윗 Nov 28. 2023

너를 잃어버렸다

       이미 어둠이 세상을 덮었던 그날, 너는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쉬게 할 요량으로 너를 데리고 밤길을 나섰다.


가로등이 멀찌감치 희미하게 비추고 있던 가까운 숲길을 혼자 걷고 싶다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너를 아빠는 도로가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동안 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리 그 숲 속을 뒤져 찾아보아도 없는 너를 찾고자 집으로 돌아와 차를 가지고 그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너의 흔적조차 없었다.

펜션이 띄엄띄엄 있는 그곳의 한 수영장에 너의 겉옷이 떠 다니고 있었지만 너는 그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두 대의 경찰차에 탄 경찰들이 출동하여 그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너를 더 이상 찾을 길이 없었다.


이대로 너를 잃어버리는 것인가


    네가 태어나던 날부터 지금껏 나와 함께 한 순간순간들이 아빠의 뇌리를 슬프게 지나가고 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오로지 맑고 밝은 웃음이 가득한 너의 얼굴만 아른거릴 뿐이었다.


더 이상 찾을 곳도 없었다. 흩어진 경찰들의 불빛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한 밤중에 아빠의 전화가 어둠 속에서 불빛을 내며 울렸다. 그리 가깝지 않은 곳에 있는 온천이 있는 리조트의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너는 아빠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그곳에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그 전화가 얼마나 슬픈 아빠의 가슴을 뛰게 했는지 누가 알 수나 있으랴.


너는 지쳐있는 아빠와는 달리 여전히 쾌활히 웃고 있었고 아빠의 품에 안겼다.


너를 잃어버리기를 몇 번이었던가


    그 후로 너는 우리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비가 억수같이 솟아지는 이른 새벽에도,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어둠이 깔리는 어수룩한 저녁에도 너는 탈출구를 기억하는 토끼마냥 집을 빠져나갔다. 주로 실내화를 신고 나갔고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나갔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은 무슨 옷을 입었으며 무엇을 가지고 나갔는지를 매번 물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한 번도 너를 찾지 못했다.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집으로 돌아와 걱정에 싸여 너를 더 이상 찾지 못하면 어쩔까며 절망에 빠져 있으면 어김없이 전화가 울렸고 달려 나가 만난 너는 항상 맨발이었고 가지고 나간 물건들은 없었다. 손가방도, 인형도, 겉옷도 없었다. 그리고 너는 항상 맨발이었다.


아빠도 환자가 되었다


    아빠도 병을 얻었던 것 같았다. 너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그 병이 아빠마저 삼킨 게 분명했다. 그럴수록 네 엄마와 언니 오빠들은 점점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우리 집은 더 이상 이전의 스위트홈이 아닌 정신 병동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기도하고 기도하기를


    늘 그랬듯이 기도는 늘 마지막에 붙드는 것이 되었다. 기도는 믿음으로 해야 하는 것을 알았지만 기도하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과연 이전에 그랬듯이 그렇게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네가 아빠 앞에 다시 설 수 있을지,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거라."

    

     내가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겠니. 너를 어찌 포기할 수가 있겠니.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매일 말하고 사랑한다면 매일 안아주라고 하나님이 아빠의 마음을 드리셨다.


아빠는 몸부림치는 너를 아침마다 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가슴은 고여있는 눈물로 가득했다.


너는 날마다의 밤이, 날마다의 아침이 여전했지만 너를 껴앉는 아빠의 하루하루는 변해가고 있었다.


기적은 작지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싸늘한 해풍이 파도를 품고 해안으로 불어오고 있지만 바다 넘어 작은 언덕에는 새싹이 꿈틀거리듯이 너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너의 밤이 조금씩 평온해지는 것이었다. 밤이 찾아오면 너는 잠들기 시작했고 엄마도 네 언니오빠도, 가엾은 너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잠들어 꿈을 꿀 수 있었다.


네가 다시 등교를 하다니


   새로 구입한 네 중학생 교복이 옷장에서 밖으로 나와 너를 감싸던 그날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수줍어하던 너의 미소가 얼마나 가슴 저리던지 아빠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그 무렵 우리는 바다옆 마을에서 바다가 저만치 보이는 언덕 위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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