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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Mar 21. 2023

장난 삼아 던진 돌도 개구리는 두렵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엄마랑 아빠가 야반도주하듯이 이사를 하고 나와 여동생만 남았던 때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 긴장하며 살아내느라 고단했었다는 것 밖에는. 그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본능이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맞추고 환경에 맞추고..... 그런데 그때 놓친 게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내가 얼마나 힘든 지,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은지, 엄마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살펴주고 인정해야 했다. 적어도 나 자신이라도 알아줬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내 마음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릴까 봐 긴장하고 있었고 혹시라도 동네 사람들이 엄마아빠에 대해 물어볼까 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땅을 보고 다녔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싫었다.  버려진 아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나 스스로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조심했건만 울고 싶은 아이 뒤통수 때리는  생각 없는 아저씨가 있었다. 바로 윗집 아저씨. 그날도 혹여라도 마주칠까 땅을 보고 가는데 검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나무야"

    "........"

     "너 엄마가 버리고 갔다며?"라고 말하며 히죽거린다.

    "......"

    "바보~" 아저씨는 땅을 보고 있는 나에게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고개를 숙여 내 얼굴 밑으로 가져다 대며 바보라고 놀린다.


   "저리가요!" 난 있는 힘을 다해 아저씨를 밀쳐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곧 쏟아질 듯 그렁그렁하다.

  "너 몰랐지? 너그 엄마아빠 새엄마  새아빠야~그러니까 너를 안 데려갔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안다. 그러나 버림받은 아이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에는 그 말이 가슴 한가운데에  박힌다.

"아니야!"

입으로는 아니라고 소리쳤지만 마음에서는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어봐라~너그 친엄마아빠는 전주천 다리 밑에서 데기 장사한대"

바보 같은 말인 거 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참아보려고 그리 노력했건만 무너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할머니가 보셨고 할머니는 그 아저씨에게 흰쌀밥 먹고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가만 안 둔다고 소리치셨다. 그 순간 할머니는 나의 든든한 보호자였다. 할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편안해졌다. 우리는 그렇게  나는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고 할머니는 나의 보호자가 되어 맞춰가며 살아가게 되었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는 건강하고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화났을  스트레스받았을 때 재미 삼아했던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은 상처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그리고 그 경험은 우리에게 감정으로 기억된다. 열등감, 수치심, 불안감, 두려움 등으로. 그 후 그 감정은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해 우리 인생의 뿌리가 된다. 생각 없이 하는 어른들의 말이 아이의 미래가 된다.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바보', '버려진 아이'라는 생각 없이 한 윗집 아저씨의 말이 너의 마음에 자리해 아팠을 나무야

많이 슬펐겠다.

많이 억울하고 화났겠다.


그런데 나무야

 그 순간에도 할머니에 의해 지켜지는 소중한 사람이었단다.

그것을 기억하렴.

넌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서도 지켜지는 사람이란 것을.


더불어 살아가면서 또 윗집 아저씨와 같은 무례하고 무식한 사람을 만나거든 네가 너를 보호해 주자.

고개 들고 어깨 펴고 눈을 보면서

"바보? 그건 아저씨잖아요!"라고 말해주자.

그 말을 할 용기가 없을 땐 마음으로 말하자.

"바보? 그건 아저씨잖아요!"

그것 만으로도 너는 너를 지키는 거란다.

적어도 그 무례하고 무식한 사람의 말을 너의 마음에 흡수하지 않았으니까.

네가 너를 존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무님들은 어떤 말에 상처를 받으셨나요?

바보야 라는 말, 생각 없이 반복되는 한숨, 죽는다는 말, 반복되는 이혼한다는 말, 나가 라는 말, 말없이 사라지는 엄마아빠, 반복되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 숨 막힐 듯 많은 규칙들..... 어른들은 힘들어서 하는 말과 행동이지만 아이들은 불안하고 공포스럽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살기 위해, 부모를 살리기 위해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고 어른에게 맞추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려 합니다.

자기 삶이 없어 힘든 삶을 살게 됩니다. 장난 삼아 던진 돌에도 힘없는 개구리는 맞아 죽을까봐 두렵습니다.


혹시 저처럼 상처받은 어른들이 있다면, 그 시간 안에서도 잘 버텨낸 자신을 우리가 힘들었지? 수고했어라고 위로해 주기로 해요. 위로가 마음에 닿으면 힘들었던 그 시간은 상처가 아니라 인생의 디딤돌이 될 거예요. 그 디딤돌은 우리의 인생길에 갑옷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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