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쉼표17 : 엄마의 플러팅 vs 아이의 플러팅]
요즘 흔하게 들리고 또 가볍게 사용하는 플러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고 유혹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것."
유혹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긴 뭣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들은 참으로 플러팅의 장인이다.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가 준 젤리를 자랑하며 돌아온 날이었다.
"우와, 선물 받았어? 좋겠다. 엄마는 누가 선물 좀 안 주나 몰라~" 하며 살짝 샘을 내는 척했더니,
똘군이가 태연하게 답했다. "엄마 선물도 있어요. 똘군이가 엄마의 선물이지."
또 다른 날, "우리 똘군이는 왜 이렇게 이뻐? 엄마를 닮았어? 아빠를 닮았어?" 하고 물었더니,
이 녀석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똘군이는 엄마 이쁜 거, 아빠 멋진 거 다~ 닮았지."
믿기는가, 38개월의 플러팅 실력이.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플러팅은 아기와의 밀당을 위해 몸보다 말빨로 승부를 보는 엄마에게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장 최근 우리 신랑의 감탄을 자아낸 엄마의 플러팅을 하나 소개해보자면, 딸 아이가 열이 나서 엉덩이 주사까지 맞았던 날이 있었다. 급하게 아이 때문에 연차를 내고 난 뒤 남은 시간에 머리를 잘랐다.
하원 시간, 갑자기 짧아진 엄마의 머리칼에 아이들은
"엄마 머리가 왜 짧아졌지?" "엄마 머리카락은 어디 갔지?" 대답할 새를 주지 않고 폭풍질문을 던져댔다.
순간 머리속을 스치던 인어공주 이야기. "인어공주에 나오는 인어 언니들 기억나? 엄마는 바다마녀를 만나고 왔어. 우리 똘양이가 더 이상 안 아프게 해달라고 엄마의 머리칼을 주고 왔거든. 똘양이 지금 아파? 안 아파? 안 아프지? 엄마가 바다마녀에게 머리카락을 줘서 그런 거라구."
바다마녀가 실제로 있다니... 게다가 엄마가 머리카락을 줘가면서 나의 건강을 지켜주다니... 감동받은 딸아이는 그날 밤 걸려온 할머니할아버지의 전화에 엄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낫은 거라고 떠들어댔고, 할머니할아버지들의 걱정도 엄마의 허풍에 어이없는 웃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점점 더 영리해져 가는 아이들 앞에서 나의 플러팅은 한계를 드러내겠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워킹맘으로서 앞으로도 허풍 가득한 엄마의 플러팅은 계속될 예정이다. 나의 어설픈 유혹은 과연... 언제까지 통하려나. 오늘은 또 어떤 유혹을 시도해볼까. 연애 초 그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하원하러 간다.
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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