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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요? 제가요? 왜요?

[엄마의 쉼표18 : 내 일이 없는 세상에서 내 일 찾기]

by 삐와이

출처 : 한경매거진 , “이걸요·제가요·왜요”...‘3요 주의보’를 이겨내는 방법[김한솔의 경영전략]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밈이 있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처음엔 '그렇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나다가도, 곱씹을수록 조금 씁쓸하다.


얼마 전 아이들과 야외수영장에 갔을 때였다. 쌍둥이를 데리고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었는데, 부모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나선 날이었다.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들 중 한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물줄기를 호스로 흩뿌리며 지나가는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무서워하는 아이는 피해주고, “한 번만 더요!”라는 아이에게는 등 뒤로도 물을 뿌려주며 작은 웃음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때 딸아이가 외쳤다.
“엄마, 무지개예요!”

호스 물줄기에 햇빛이 부딪혀 잠깐 비친 무지개. 찰나였지만 그 순간, 수영장은 아이에게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지금도 딸은 그날을 “무지개 선생님 만난 날”이라고 기억한다.




반대로 얼마 전 음식점에서는 다른 경험을 했다. 아이 컵에 날파리가 떠다니는 걸 발견해 교체를 부탁했는데, 직원은 아무 말 없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컵만 바꿔왔다. 그 순간, 나는 고객이 아니라 블랙컨슈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일을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즐거움과 의미를 더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컵은 다른 직원이 서빙했으니까)내가 잘못한것도 아니다”라는 경계 안에 머물렀다.


사실 내가 일하는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수없이 자주 들리고 때로는 내 입으로 "그건 저희 부서에서 처리하는 일/제가 처리하는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거지'하고 무작정 일을 받아주자니 내가 원래 하는 업무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고, 다른 팀 부탁받은 일을 하는 와중에 칼퇴하는 동료들을 보면 현타가 밀려온다. 받아주는 쪽도, 딱 잘라 "3요"를 내미는 쪽도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방어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걸까?




내 일의 범위를 너무 좁히면 정작 진짜 ‘내 일’은 사라진다.
수영장 안전요원의 본업은 수영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지켜보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 안에서 아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자기만의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 순간, 단순한 안전요원이 아니라 ‘무지개 선생님’이 되었다.

물론 모든 일을 떠안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이(하기싫은)일을 어떻게 내 일로 만들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어떻게 내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해야하는 일 안에서 의미를 찾는 작은 선택.

그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우리의 모습은 전혀 다른 길 위에 서 있을지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만의 무지개를 만들어가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끝내 찾아야 할 ‘내 일’ 아닐까.


25.09.05


이번주는 유난히 바쁘고, 한동안은 이렇게 유난떨면서 바쁠예정입니다.

그럴때는 저도 모르게 3요가 입근처에서 꿈틀대는데요.

내뱉기전에 한번더 생각하는 습관을 길들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번주도 다들 고생많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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