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기를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꿔온 꿈이 있다.
정말 Dream.
어떤 한 물체가 엄청나게 커지거나, 반대로 너무나 작아지는 꿈이다. 작은 내가 그 커다란 물체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아주 작아진 물체를 조심스레 손끝으로 만지기도 한다. 그 장면들은 어떤 줄거리도 없는데, 감각은 또렷하다. 그 꿈을 잊어버릴 것 같으면 다시 꾼다.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오늘도 그 꿈을 꾸어서 밤새 잠을 좀 뒤척였다.
우리 집 삼 남매, 딸 - 딸 - 아들 중 나는 첫째이다.
둘째 이름은 단비인데, 할머니가 맨날 우리들 이름을 헷갈리신다.
“은비야~ 이것 좀 알려줘~”
“할머니, 나 단비야.”
“단비야~ 이것 간 좀 봐봐~”
“할머니, 난 은비야.”
둘 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짚고 넘어간다.
나와 둘째의 이야기이다.
“둘째는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치인다.”라는 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나는 둘째 동생과 냉전 상태에 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첫째이자, 집안 전체에서 첫 손주로 태어났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나 역시 그것을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조금 자유분방한 성격의 나는, 동생들이 나를 따라 하거나 쫓아오는 것이 때로는 귀찮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챙길 땐 잘 챙겼다. 엄마가 없을 때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단비는 나를 따라 하곤 했다. 행동도,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것도. 첫째인 나는 자연스럽게 새 물건을 받을 기회가 많았다. 또 부모님도 첫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니 내가 먼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빈도수도 많았다. 어린 동생 입장에선 언니가 부럽고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리 집은 아빠가 퇴근하면서 치킨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걸 사 오시면 꼭 그날 다 먹어야 했다. 우리 집엔 ‘내일’이 없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우리 자매는 성격이 꽤 다르다.
나는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고, 감정이 상해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는다. 내 입장에서는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 동생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 나는 살가운 언니, 누나는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살가워졌지만. 속으론 동생들이 자랑스럽고 예뻤지만,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
우린 각자 바쁘게 유년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되어 나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동생과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당시 나는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결국 내가 우선시 되어 말을 예쁘게 하지 못했다. 그때 동생은 오래도록 쌓아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어릴 적부터 내가 알게 모르게 줬던 상처들이 그날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너무너무 창피한 일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크게 싸운 일이 나와 동생과의 다툼이었다. 그 이후론 어떤 이유에서든 화를 낸 적이 없다.
우리는 싸움 후 각자의 입을 닫았다.
나는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중간에 친구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동생은 거절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위아래로 치이며 자란 동생이 받은 스트레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아빠는 둘째라서 동생에게 더 마음을 쏟으셨지만, 딸과 아들의 감정 구조는 다르기에 아빠도 그 아이를 완전히 이해하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동생이 참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아이에게 안 좋은 감정이 없다. 싸움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 끝난 지 오래고...
오히려 걱정이 된다. 혹시 나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살아가진 않을까, 가족들과도 멀어지게 되진 않을까.
형제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부모님께도 자식 된 입장에서 참 죄송한 일이다.
자매들이 함께 놀러 다니거나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동생이 생각나며 미안하다. 좋은 언니이지 못했어서..
그 아이가 마음을 열어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마 이 관계는, 내 인생에서 꼭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자매가 될뻔한, 웃픈 막냇동생 이야기.
막냇동생은 출산 예정일 다 되어가도록 엄마 뱃속에서 아무런 태동과 진통이 없었다. 그래서 자궁 안에서 배변을 하고 그걸 스스로 먹어 탈이 난 상태였고, 뱃속에서 죽을 뻔했다. 다행히 급하게 제왕절개를 해서 간신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매년 동생의 생일마다 이 에피소드가 회자된다. 다음 주에 이 녀석 생일인데.. 나에게 선물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우리 삼 남매가 뭉칠 날이 오지 싶다.
언젠가 동생에게 마음이 닿기를.
그날 이 글을 보며 답장글을 쓰고 싶다.
오늘도 당나귀 귀..
좋은 저녁 마무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