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d love to. 30화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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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레인 SILVERRAIN


아침에 일어나 씻고, 양배추, 당근, 호박, 양파, 청양고추를 휘리릭 썰어 참치액젓에 볶았다. 소시지 하나를 썰어 넣고 함께 볶다가, 노른자가 통통 살아 있는 계란 프라이 하나를 얹었다.


토마토 두 개에 아가베 시럽 한 스푼, 얼음 몇 조각을 넣어 갈아 만든 토마토 주스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일하다 보니 노곤해졌다.

‘아, 커피 마실 시간이구나.’


물을 끓여 커피를 타고, 첫 모금 마시는 순간,

'... 그렇지, 이거지.’




오늘은 동생 생일이라 저녁엔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머리를 감고 에센스를 한 펌프 짜서 젖은 머리에 바르고 빗질한다. 드라이기로 말리고, 앞머리는 구르프를 말아 고정하고, 아래 컬도 살려가며 말렸다.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저번에 산 하트 무늬가 쏙쏙 박힌 양산을 들고 걸었다.


어제 갓 제대한 사촌동생도 왔다. 동생들이 편먹고 나를 놀린다. 오늘도 그 놀림, 받아주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사진을 찍고 다 함께 카페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들.


아빠는 회사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신념’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옳은 건 옳다고 말하고,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한다. 내 팀이라고 무조건 감싸지 않고, 다른 팀이라고 배척하지 않는다. 항상 정의롭고 바르게 회사를 다니셨다.


정말 놀랍게도 회사생활동안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만큼 아빠는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아오신 것 같다.


오래전 타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며, '행동'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다.


본인 입으로 회사생활 잘 해온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 말에서 힘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빠의 눈빛에 카리스마가 확 살아났다. 아마 아빠가 일할 때 나오는 자세가 아닐까. 항상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는 아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엄마는 우리가 어렸을 때 고아를 입양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셨다.


어느 날 나에게, "동생이 하나 더 생기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보셨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들을 다 잘 키울 수 있을지 두려우셨던 것 같다.


“너희가 이렇게 잘 클 줄 알았으면 입양했을 걸.” 그 말씀을 하셨다.


아빠는 그때도 ‘무조건 OK’였을 거라고 하셨다.


이유가 있다. 아빠의 꿈은 고아원을 짓는 것이었다. 아빠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다. 나의 사랑유전자는 아빠에게서 온 것 같다.


아빠는 청년시절 2년 동안 배를 타고 선교여행을 하려고 하셨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대로 선을 보고 엄마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나는 삶의 방향을 잃은 어느 날. 문득, 아빠의 꿈이 떠올랐다.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왜였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미국에 있을 때도, 순례길을 걸을 때도, 그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망상일까.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모르겠다.

흰 도화지 같다. 답이 없는 그림.


아무튼 그래도 더운 날에도 손 꼭 잡고 다니시는 엄마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감사한 하루를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하던 일은 ‘Reset’됐다.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


흙...


오늘도, 사는 날 중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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