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공일공일이삼사오육칠팔

by 실버레인 SILVERRAIN


한국 와서 좋은 점은 가족들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빠가 우리들에게 어릴 적부터 훈련시키신 것이 있다. 조부모님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화 걸기.


'은비야, 할아버지께 전화드려~'

‘아아 나 이거 해야 하는데, 알겠어’

어렸을 땐 후딱 끝내버리고 싶은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띡띡띡띡' 전화를 건다. 항상 정해진 순서가 있다.


할아버지.... 뭐 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밥은 뭐 드셨어요?

더 맛있는 거 드셔야죠!

저는 잘 지내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어요?

날씨 추운데(더운데) 감기(더위) 조심하세요~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띡'

'친할아버지한테도 해야지~'

'알아요~'


양쪽 다 전화하는데 3분 남짓 안 걸린 것 같다.

항상 마지막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이고 내 새끼, 그래~ 나도 사랑한다 ‘


크면서 더 깨달아간다. 지금까지 마음껏 사랑한다고 말하며 애교 부릴 수 있는 것도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게 있어서 커서도 이럴 수 있다는 걸.


인간관계도 반복되는 작은 습관들이 쌓여, 그 관계는 점점 더 진하고 깊어진다.


조부모가 되어 보지는 않았지만(부모가 되어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손주들에게 전화가 오면 그렇게 좋다고 한다.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말씀하시는 걸 봐도 그렇다. 그냥 1~2분 전화 한 번에 삶의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조부모님과 가깝게 지내서 그런지 나는 어른들께도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내 또래랑 친해지는 것보다 어르신들이랑 친해지는 게 더 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이익을 바라고 인사드린 건 아니었지만 인사만 잘해도 거저 받는다고 할아버지께 찾아뵈면 용돈 한 번 더 주시고 챙겨주셨다. 우리 집 막내는 그걸 알고 일부러 인사하러 다니는 듯 속이 보이지만 귀엽다.


눈에 자주 보이는 놈, 인사하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것이다. 비단 가족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사 잘하니, 그런 이미지가 생긴다. 바라고 한건 아니지만 깜짝스레 예상치 못한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깨닫도록 어렸을 적부터 훈련시켜 주신 아빠께 감사를 표한다.





왜 태어났을까, 삶은 고통이다. 제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안 나온다. 'Face' 내가 직면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어 지음 받았다고 믿는다. 삶은 불공평하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무엇인가 할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편하다.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광활한 우주의 작은 지구라는 별에 한 사람으로 보내진 것이다. 각자 감당해야 할 시련과 고난을 통해 우리는 더욱더 견고해지며, 더 깊이 깨닫고 결국은 다른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그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고난은 축복이다.'

고난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들은 그냥 있는 자리에서 살아가면 될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는 다 다르다. 그리고 그 그릇은 각자의 모양대로 채워지고, 모이며 정리될 것이다. 그래야 이 세상의 질서가 잡힌다.



부모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엄마, 아빠, 자식을 낳아보니 어때?'


부모님은 이렇게 답했다.

'너희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야'


생명은 고귀한 것이며 우리의 상황과 환경이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우리에게 숨을 쉴 수 있도록 허락하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 그래, 우리가 이 마을을 선택한 거야

그러고는 바로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선택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요."



“지금 가질 수 있는 건 저 정도예요”

“더 소중히 여기게 돼요”

“그래. '이제 더 없어'라고 하는 것도 때로는 기분 좋은 거죠”


때론 ‘없음’이 더 귀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항상 너무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저 계속 가지면서도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질 정도예요”



각 사람은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람, 돈, 권력, 명예. 무엇이든 될 수 있는데, ‘갖고 싶음’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욕망이다.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선의의 욕망이 되도록,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며,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도록 항상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갖고 싶음'의 가치가 생긴다.


갖기만 해서 뭐해요...


죽을 땐 우리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해가 나오네요”

“그래요”

“기분 좋네요”

“이런 게 행복이죠”


당신이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행복이다.


오늘도 전화 걸어야겠다.

여러분도 오늘 전화기 두드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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