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조용히 옆에 와서 누웠다_현재

15세 시작된 봄, 디지털 전쟁

by 무 한소

문 밖 인기척에 신경을 쓰면서 소녀는 지나치게 바쁜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하고 있다. sns를 하고 있는 걸까? 소녀가 머물러 있는 자신만의 공간, 엄마가 존재하는 현실과는 다른 그곳에서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희열을 느끼며 헤어나지 못했던 건 꽤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녀는 벌써 세상을 알아버렸다. 아니 세상을 안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 있고 아는 세상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 그대로가 아닌데... 소녀는 자신이 보는 세상이 현실 가득 메워진 참인 세상이라고 착각해 버린다.


밤 시간 핸드폰은 밝기 조절을 해서 퍼져 나오는 빛이 주변 어둠 속에서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아니 어둠에 묻혀 휴대폰을 하고 있는 건지 현실의 패턴을 찾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소녀가 보는 프레임 바깥세상은 엄마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그녀는 바깥세상을 힐끗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자신이 하던 일을 그대로 진행해 나간다. 엄마는 반복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소녀의 배신도 감싸 안으려는 듯 다시 한번 단속을 하고 방문을 닫는다. 그렇게 엄마는 소녀가 거리를 두고 멀리서만 보려고 했던 프레임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 너무 늦게 자면 아침에 감기 걸린 거처럼 머리도 아프고 계속되던 잔기침도 낫지 않아. 자신의 몸을 위하고 컨디션을 생각해서 자는 거야!" "네~네."

짧은 답이고 즉흥적인 표현이다.


엄마는 새벽 기상으로 밤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 힘이 든다. 하지만 그냥 무관심으로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그곳을 당연한 듯 당당히 지키고 있는 소녀를 그냥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명분은 있는 건지... 싸움의 한가운데 들어와 보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까지 희미해졌다. 언제까지 싸워야 할까? 도대체 이 전쟁은 언제쯤 종전이 되는 걸까? 복잡한 생각과 그 이성보다 더 요동치고 있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독이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주 잠깐 깜박 잠이 들었을까? 새벽이 너무나 깊어 새벽 깊은 곳에서 길거리를 방황하며 갈 길을 한참 동안 헤매다가 잠이 깼다. 누군가 깨운 것도 아닌데... 소리 때문이었을까? 급히 일어나서 소녀의 방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아직 떠들고 있다. 여러 명의 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리는 걸 보니 줌으로 친구들과 소통을 하는 중이다. 여러 가지 복잡함이 머릿속에서 빙빙 돈다. 복잡하다. 복잡하다. 성난 감정을 쓰다듬어 주며 잠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문을 다소 과격하게 단숨에 활짝 열었다. 소녀의 눈은 육식동물을 만난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왜 들어왔어?'라는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본다. 다시 '놀랬잖아, 왜 들어왔어?' 하며 연신 의문과 화가 난 표정으로 쳐다본다. 엄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 있다. 소녀가 지내는 세상과 프레임 바깥세상의 경계에서 아무 말이 없으며 두 눈은 초점도 없고 앞으로 '멍'을 하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 있다. 서 있는 그 순간 엄마는 자신이 움직여야 할 방향을 잠시 잊었다. 소녀의 시선에선 거기 서 있는 엄마가 처음으로 쓸쓸해 보인다. 두 사람의 교차된 마음이 잠시 정적을 만들었고 둘만 보이는 좌표에서 자신에 대해, 서로에 대해 들여다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무 말이 없던 엄마는 "자라."라며 한마디 하고서 조용히 문을 닫는다.


자신의 프레임 밖 세상으로 엄마를 내 몬 소녀는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까지 이런 불편함과 미안한 감정이 섞여서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 아직은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방향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항상 경험해봐야 한다. 몸소 체험하고 깨달은 것만을 실천한다. 소녀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아야 할 것도 호기심으로 확인하려는 성향을 가진 소녀가 엄마는 두렵기만 하다. 친구들과 인사 후 줌에서 나왔고 컴퓨터 전원도 끈다. 그리고 불을 끄고 누웠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을 뒤척이다 다시 뜬 눈은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호흡이 안정을 찾자 좀 전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의 좀 전과 같은 '멍'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갑자기 아프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멍'이 필요하겠지만 좀 전의 '멍'은 달랐다. 오늘 그녀의 맘을 아프게 한 엄마의 '멍'이 그녀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엄마는 "자라."라고 한마디 하고 문을 닫으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소리치고 싶은 맘도 있었으나 온몸에 힘이 빠져 버렸다. 그래도 노크도 없이 활짝 열린 프레임 안의 소녀의 표정이 엄마가 다시 청한 취침을 방해한다. 놀란 표정의 그녀를 생각하며 뒤척거린다. 엄마도 눈을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과거 자신이 누워 있는 그곳,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짜인 그곳으로 자신의 엄마가 옆에 와서 누웠던 그때가 떠오른다.


엄마는 19세의 그녀에게 보여준 엄마(소녀의 할머니)의 사랑이 분명 아가페적인 사랑을 표현한 이차 곡선의 아름다움이라고 확신했다. 이차함수의 아치형이 곱고 아름다우며 한결같은 그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인 줄로만 알았다. 이차함수의 모양은 그대로 아치형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나 그 속에 깔린 변수 x의 범위인 가로축과 그때 결괏값으로 나타나는 y값의 범위인 세로축의 의미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과거와 현재... 여전히 x축은 엄마의 사랑이고 y축은 베푸는 사랑 에너지를 나타낸다.


물론 현재도 아가페적인 엄마의 사랑은 존재한다. 아니 늘 함께한다. 그 사랑을 그대로 표현하고 전달하기에는 현실은 지나치게 편리해졌으며 풍요로워졌다. 이러한 환경적 시대적 변화와 함께 소녀가 전한 예쁜 모습이나 냉랭함에도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변하지 않는 엄마의 사랑을 원의 방정식이라고 마무리 지어본다. 원의 방정식의 반지름은 개인마다 차이가 생기지만 한 원의 중심으로부터 이르는 거리는 항상 일정하다. 물론 중심 또한 엄마가 처한 그때의 환경이나 상황, 심리에 따라 평행이동을 한다. 자식을 향한,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는 거처럼 중심으로부터의 감춰진 일정한 거리에 있으며 그 흔적과 자취가 바로 원의 방정식이다. 그때의 반지름인 한결같이 일정한 사랑은 어떤 사랑이 더 큰 사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반지름이 더 큰 사랑이 더 작은 사랑보다 부모의 사랑에 있어서의 더 큰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반지름(숫자) 일뿐이다. 원의 방정식에서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반지름만큼의 일정한 사랑이다. 반지름이 나타내는 수는 다른 모습과 색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다. 아가페적인 엄마의 사랑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엄마는 용기를 내 본다. 그녀의 엄마가 예고도 없이 방문을 밀고 들어와서 조용히 옆에 와서 누웠던 거처럼 자신도 소녀에게, 소녀의 프레임 안으로 오늘은 잠시 침입해 보려고 한다. 그 생각이 들자 바로 벌떡 일어났다. 기세를 몰아서 소녀의 방문을 조용히 연다. 지금 소녀는 자고 있는지 아니면 눈을 뜨고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용기 내어 조용히 연 문을 천천히 닫고 소녀 옆에 조용히 눕는다.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리고 소녀가 덮고 있던 이불을 나눠 덮는다. 벌써 그녀의 온기가 느껴져 따뜻하다.




소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양을 세고 있다. 양 한 마리와 엄마가 자꾸만 교차되어 떠오른다. 양을 어디까지 세었는지 그때까지 엄마의 모습이 몇 번이나 떠올랐는지... '양 떼' 사이에서 엄마를 찾고 있었다. 그때 아주 조용히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리고 소리도 없이 소녀 옆에 와서 조용히 누웠다. 숨결만으로도 누군지 짐작이 된다. 이불을 나눠 덮은 엄마가 소녀 쪽으로 몸을 돌려 다시 눕는다. 엄마의 숨소리가 조용하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소녀는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아서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맘이 하는 소리를 오늘은 용기로 뱉어냈다. "엄마, 내 심장 뛰는 거 느껴져? 내 심장은 엄마 거야. 엄마가 만들어준 내 몸은 그렇게 태어났는데 이젠 보호받고 싶을 때라고 해서 다시 엄마 배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네. 미안... 노력하고 조심할게."


엄마는 소녀 쪽으로 몸을 돌리고 소녀가 잡아끄는 대로 가슴에 손을 올리고 소녀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엄마는 소녀가 아기였을 때 젖을 먹이며 느꼈던 그녀의 맥박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안정된 움직임을 느꼈다. 지금 잠시 아주 소박하고 소소한 꿈을 꿔본다. 소녀가 잠깐 자신의 프레임과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유리벽을 깨고 자연스럽게 생각과 마음과 몸이 오고 가기를... 그곳에서는 엄마를 더 이상 밀어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위에 함께 올려진 소녀의 손을 더 따뜻하게 꽉 잡아본다.


※참고

엄마의 사랑을 우리 사회가 존재하는 한 아가페적 사랑이며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과거 사랑을 이차함수로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서 표현했다면 현재 엄마의 사랑은 특수한 몇몇 그리고 다양한 몇몇, 일상을 겪어 나가는 몇몇에 해당되는 원의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원의 반지름: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의 일정한, 한결같은 거리, 개인마다 다양한 수의 반지름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다양성과 그 모양을 나타낸다.

*원의 중심: 제각각 다른 상황이나 환경 심리상태, 한 원에서 중심의 이동으로 평행이동이 가능하나 일정한 거리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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