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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Oct 17. 2024

그때 나는 10대

잠결에 꿈인 듯 아닌 듯


잠결에 꿈인 듯 아닌 듯
아픔에 무뎌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죽어가던 물고기를 바라보던 기억이 있어요.

초를 태우며 기도하다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요.

시골길 끝에 자리한 작은 집,
그 텅 빈 방 안에 들어서던 순간이
아직도 저의 기억 속에 또렸해요.

잠결에 꿈인 듯 아닌 듯
아버지 오셔서 제게 기도하라고 하시더니
아버지 어디 계신가요?

마음을 위로해 드릴게요.

맑은 거울, 국화 꽃잎 날개, 국화꽃 향수...
프랑시스 잠의 그리운 시...



*



그때 나는 10대 소녀였다.
아빠가 기도해 달라고 하셨다.
마치 꿈이 아닌 것처럼 생생했다.

나는 아빠가 할머니 집에 계실 줄 알고서 혼자 그곳으로 갔다.
할머니는 아빠가 여행 중이라며 아빠의 빈 방의 문을 열어주셨다.
아빠의 물건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셔츠, 화장품, 향수, 중국 가수 음악 CD, 바보 이반 책...

난 내 짐을 풀어두고 마당으로 나와 붉은 하늘과 해와 고추잠자리가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곧 할머니께서 저녁을 먹으라고 나를 불렀고...

앗! 문단속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잠을 자려는데 무언가가 나무 긁는 소리를 냈다.
나는 너무 무서워 할머니 방으로 갔다.

"할머니 이상한 소리가 나요."

할머니는 내가 잠자던 방으로 가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너 아까 문 열어놨지? 쥐 들어왔네."

나는 그날 할머니 옆에서 잠을 자야 했다.
다음날 보니 쥐는 나무로 된 가구들을 망쳐놨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하게 나는 불안했고 나는 혼자였다.
아빠의 이름을 대며 내게 묻는 것이었다.
나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조건 모른다고만 했다.
그쪽에서는 화를 내며 내 아빠가 돌아가신 소식을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빠의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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