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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Oct 16. 2024

살아간다는 것이

얼굴빛의 반은


얼굴빛의 반은 기쁨, 반은 슬픔이었다.
눈은 살아오면서 보아왔던 것 하나 잃음 없이 전부 담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아이는 나를 보고 익숙하지 않다며 모른다고 했다.
아이가 뒤돌아서서는

; 하는 짓을 보니 누군지 알겠네.

사람들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처럼 모여들었다가
마르는 눈물처럼 하나 남지 않았다.

*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 이전이 나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난 학습에 흥미가 없고 사회성이 없으며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다.
한데 내 귀는 늘 열려 있었고 나는 어른들 곁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 귀로 듣는 동화책을 좋아했고 난 이야기 수집가였다.
그리고 좀 더 자라서는 비록 가난하지만 예쁜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난 막내딸이었다가 늦게 태어난 늦둥이 동생 때문에 둘째 언니가 되었다.
어머니는 맏이인 언니에게는 주로 검거나 푸른빛이 돌고 명랑해 보이는 옷을 입히고 학습 위주로 생활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내게는 늘 잔꽃무늬나 노란빛, 분홍빛 화사한 원피스를 입히시고 크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내 머리를 빗겨주시면서 "너는 그저 착하고 예쁘게만 자라다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늦둥이 동생은 워낙 말도 행동도 빠르고 똑똑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척척 스스로 잘했던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 같던 어린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

우리 자매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아직도 혼자이며 우울감이 있어 늘 약을 복용 중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프고 슬프고 외로워도 사랑한다는 게 아닐까?
사랑이 깨지고 부서져도 또다시 채우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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