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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Oct 17. 2024

난 지금 33

몹시도 쓸쓸했어요


몹시도 쓸쓸했어요.
몹시도 아픈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처음 내게 다가온 사람은 삐에로였어요.
그는 겉보기와 다르게 내면이 무서운 사람이었죠.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로 내게 다가온 사람은 눈동자가 없는 오페라의 유령이었죠.
그는 너무 충동적이기에 나는 그를 거부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 내게 다가온 사람은 다리가 하나 없는 장난감 병정이었어요.
비록 그는 다리가 하나 없지만 아주 착한 사람이었죠.

; 그를 사랑해야겠다.

계속해서 장난감병정을 바라보던 도중
내게 사랑스러운 눈사람이 찾아왔어요.

나는 눈사람에게 반해버렸기에 장난감 병정을 마음에서 지웠어요.

한데 눈사람에게는 내 몫의 사랑이 없었죠.

; 그래요, 난 울고 있어요.



*


난 지금 33이다.
지금까지 연애 한 번을 해본 적이 없다.
언니와 동생은 벌써 아이를 낳은 몸이다.
나는 언니와 동생이 부럽고 늘 외롭다.
주변에서 어른들은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여러 번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처음 만난 사람은 걸음이 엉망이고 인상이 험악하고 나이도 많았다.
그는 배움에는 관심이 없고 모아들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그는 내 마음에 들고 싶었는지, 이름을 속이고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느낀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적당하게 여긴다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 소개받은 사람은 빼어난 외모는 아니었니만 깔끔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 보기 좋은 사람이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균 체격을 가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난 그를 보고 실망하여 눈에 눈물이 맺혔고 미소를 지으며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도 나를 보고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를 원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나는 지쳤고 소개해주신 분이 내게 그가 어떠냐고 물어보았을 때 좋다고 답했다.
이제 와서 상대가 나를 거부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알고 보니 그는 욕심도 많고 취미도 건전하지 않다더라.
그리고 사실 우리 집안에 사랑 없이 충동적으로 결혼한 분이 계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받은 사람은 내가 사는 곳에서 먼 지역의, 교육자 집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아파해도 되는 순진하고 착한 남자였다.
그가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않겠지만 난 그를 사랑하려 했고 순진하게도 좋아하는 그런 마음이 사랑인 줄 알았다.
그의 어머니도 나를 좋아하셨다.
한데 뜻밖에 스완씨를 보고 나는 스완씨에게 푹 빠진 것이다.
난 행복했고 혼란스럽기를 반복했다.
난 그렇게 혼자서 첫사랑을 경험했고...

고백했지만 스완씨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는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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