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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제주!

2024 제주여행 버킷리스트

by 씬디북클럽



234km.

송악산, 쇠소깍, 성산일출봉 등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제주환상 자전거길의 총 거리. 우리 집 두 남자가 3박 4일간 달린 거리이기도 하다.



남편은 두 계절 전부터 아들과의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꿈꾸었다. 설 연휴에 맞추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자전거를 대여했다. 일정과 코스, 중식과 석식, 숙박을 검색했다. 두어 달 전부터는 주말 중 하루 아들과 한강 자전거길을 달렸다.



J 아빠의 원대한 계획에 별 감흥 없는 P 아들이었다. 막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은 하겠다고 했으니, 그냥 해야지 뭐 했다. 달리다가 맛있는 것을 먹기를 나흘 동안 반복하면 되겠지 뭐 했다. 억수로 하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가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부자가 달리는 동안 모녀도 제주도에 있었다.


하루 늦게 도착해 놀멍쉬멍 시간을 보냈다. 늦은 오후 예약한 숙소에서 넷이 만나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헤어졌다.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 숙소에서 다시 만났다.


펜션 사장님은 우리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족 분들이 유닛 활동을 하시네요."



남편은 아들이 힘들다고 하면 해줄 말을 준비했다 했지만 정작 그 말을 할 기회는 없었다. 아들은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얘길 하지 않았으니까. 허벅지는 단단해졌고, 먹성은 더 좋아졌다. 파도치는 바다를 눈에 담는 순간을 대놓고 마구 보았다. 한층 깊어진 열네 살의 눈빛이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완주를 하합니다.(짝짝짝!) 언젠가 다시 제주도 자전거 종주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뇨, 이제 전국으로 가야죠. (잠시 후) 엄마, 제주도 너무 좋은 것 같아. 나도 커서 아들과 함께 자전거로 한 바퀴 돌 거야. 아들이 싫다고 하면 안 되는데."


"아빠도 그때 같이 오자. 3대가 함께 자전거 종주하자."



이고, 당신은 나랑 쉬엄쉬엄 관광이나 합시다 하려다가 말았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깨지 않으려. 꿈꾸는 모든 순간을 바라며.


마지막 날 묵은 월정리 펜션의 이름은 '비긴어게인'이었다.





이번 제주 여행 나만의 버킷리스트도 있었다.


​1) 바다 드라이브하기
2) 바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기
3) 책방 방문해 책 구매하기
4) 토지 9 완독하기
5) 대방어 먹기
6) sns 연연하지 않기
7) 스벅 only jeju 메뉴 주문하기
8) 딸 인생사진 찍어주기
9) 놀면서 쉬면서 여유 갖기
10) 아침 바다 산책하기


짧게든 길게든 10개의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려야지라고 먹어 꿀꺽 삼키고 만 마음을 도로 끄집어냈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모두 완성했는지, 변수는 없었는지, 또다른 계획이 생기진 않았는지, 서서히 기록해 보겠다. 미루지 않고 보태지 않고 자연스럽게.



덧)

혼자 먹기 힘든 마음을 다잡게 도와준 다정한 이에게 살짝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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