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큰아이는 초등시절 방송댄스를 3년 열심히 한 기억으로 조금 다른 분야의 무용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유학학비까지 다 낸 마당에 무슨 무용인가ᆢ
드디어 아이는 노선을 틀었다.
수천번 확인한 질문에 늘 똑같은 유학희망을 부르짖던 큰아이가 유학을 접고 무용으로 진로를 정했단다.
학비내기 전 더 이상 무를 수 없으니 정말 그 마음 변함이 없냐 되물었건만ᆢ
유학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뒷바라지를 위해 맞벌이를 시작한 건데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얘기를 하니 아빠는 강경하다.
유학을 가기로 했으니 1년 눈 딱 감고 지내보라는 거다.
엄마는 아이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어쩜 유학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일 테다.
입학비와 교재비ㆍ교복비를 제외하고 환불을 받았다.
입금즉시 몇백만 원이 날아가고 예고입시에 들어갔다.
예고를 가려면 또 이사를 가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우선 예고 합격 후 생각할 일이다.
엄마의 시선으로 현재 다니는 학원이 전문성이 옅어 보여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으로 가게 된다.
학원 레슨비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어릴 적부터 입이 짧고 식욕이 덜한 터라 체형유지에 유리하겠다 안심한 엄마는 성장기인 중학생부터 입이 터지는 큰아이를 보며 걱정이 쌓인다.
몸무게 앞자리가 점점 올라간다.
무용인으로서 볼 수 없는 앞자리까지 가게 되어 큰아이는 예민해지고 결국 먹은 후 몰래 손가락을 넣어 토하거나 다이어트 약이나 변비약을 사서 먹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주사로 식욕을 조절하는 방법도 소용없을 정도로 식욕이라는 본능에 굴복한다.
2~3일 굶은 후 밤에 폭식하는 일상이 어찌 체중이 줄어들까
몸은 정직하다.
먹은 만큼 찌는 건데 ᆢ
안타깝고 안쓰럽고 답답하고 속상한 엄마는 큰아이에게 '먹으니까 찌지 '라는 한탄 섞인 소리를 해버린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큰아이는 원래도 예민한데 초절정 예민 까칠해진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아니 지치고 힘들 때 그만둘 이유를 찾은 것이다.
4년을 무용을 한 시쯤인 고1에 돌연 그만두고 싶단다.
살기 위해 그만둬야겠단다.
안 그럼 죽을 것 같단다.
유학을 접고 시작한 무용을 4년여 만에 그만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