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자극적인 것은 안 좋은 거란걸 왜 모를까
7명의 중ㆍ고등학생이 있는 기숙사라고 한다.
국제학교가 보딩스쿨이 아니어서 한국인 전용 기숙사를 찾게 된 엄마는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기숙사 가디언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아이와 엄마ㆍ아빠 다 같이 만나보니 중고등생만 있어 입시 준비하는 공부분위기에 다들 유학기간이 길어 어수선하지 않다는 말에 현장사진을 보며 믿음이 갔다. 물론 지나고 보니 사진은 사진뿐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시기상으로 유학 가기에 너무 늦은 고등학생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8월 마지막날에 출국하게 되었다.
저녁마다 전화가 온다.
다 같이 외출해서 간식 사 먹을 돈 보내달라고 한다.
주말마다 외식하니 돈 보내달란다.
쇼핑몰 왔는데 화장품 사야 되니 돈 보내달란다.
학비가 저렴한 데다 한국에서 못한 공부를 해외에서 큰아이가 잘하는 발표와 토론의 실력을 발휘해서 대학가자는 뜻으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학비만큼 드는 기숙사비와 점점 늘어나는 과외비에 힘겹게 지원하고 있는데 큰아이는 개인용 돈 씀씀이가 심상치 않다.
현지에서 화장도 점점 더 진해지고 무용을 그만두니 체중은 앞자리가 바뀌어 손조차 통통하다.
학교를 옮기고 싶다는 투정, 근처 혼자서 자취하는 한국언니처럼 자신도 자취하고 싶다는 넋두리를 자주 내비쳤지만 엄마에겐 통하지 않는 얘기다.
어떤 부모라도 쉬이 허락할 수 없을 얘기다.
국제학교가 동네 학원도 아니고 초기비용 몇 백만 원은 환불도 안되거니와 최소 1년은 버티며 학교의 단점보다 장점을 활용하며 다녀야할터다.
좋은 친구만 만나고 학교의 좋은 점만 보며 자신이 현재 처한 환경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해외에서 미성년자 여자애 혼자 자취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불법인 데다가 자립이 아니라 십 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어줄 뿐 그 어떤 이유도 합리적이지 못할 상황이다.
가디언에 의하면 언어감각이 있어서 원어민선생님과 제법 유창하게 대화한다고 한다.
경제적 지원이 벅차지만 느는 실력과 해외대학의 전망에 힘을 내어본다.
3개월쯤 지났을까
큰아이는 마치 위험에 빠진 듯 적에 쫓기는 상황처럼 간절히 사정한다.
이 학교에서 구제해 달라고 애원한다.
구체적으로 뚜렷한 이유도 말하지 않는다.
학교전체 애들이 자신을 따돌린다는데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럴 리가 없다.
중국애들과 어울리던 어느 날 큰아이에게 학교 내 중국애가 마약을 사라고 권한단다.
마약이 합법화된 나라라 한국에서부터 신신당부했다. 편의점에도 파는 마약 섞인 음료가 많지만 한국학생들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가디언의 말과 다르게 중국인들이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는 큰아이가 타깃이 되어 접근을 하는 모양이다.
눈에 보이질 않으니 큰아이 말만 듣고 있으면 엄마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큰아이는 점점 더 수위를 높여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한다.
다시 죽겠다 협박작전으로 들어갔다.
그게 진짜든 가짜든 아이가 이런 표현을 내뱉는 순간 충동적으로 행동으로 옮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는 이용하는듯 하다.
엄마 또한 우울이 극에 달해 이런 위험한 순간이 있었기에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아이의 손에 놀아나더라도 지나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한편, 제삼자가 보는 지금의 상황이 궁금해서 아주 멀리 사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니 큰아이는 지금 엄마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고 죽을 마음 전혀 없으니 대응하지 말라는 아빠의 말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차라리 병원 가서 심리상담을 해보는 것을 권했다.
엄마도 늘 정신과 상담을 간절히 해주고 싶었으나 초등시절 반년 간 다닌 상담센터도 정신병원 보냈다고 지금까지 서운해하는 아이를 설득할 도리가 없어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식이기는 부모 있으랴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그 학교를 나와 한국으로 12월 말에 들어오게 되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아이가 돈 때문에 못한다는 아쉬움을 최대한 안 가지게 해 주려던 게 독이었을까?
나중에야 큰아이는 지나가는 얘기로 자신이 결석한 그날, 다른 학교 중국학생이 자기랑 싸우려고 학교 찾아왔단다.
짐작컨대 친구 간 문제에 큰아이가 그 중심에 있고 일진들 간 패싸움에 큰아이가 결부되어 문제가 커지니 출국을 원한 것 같다.
비싼 돈 보내 공부하라고 보냈더니 거기서도 친구문제, 한국에서도 공부에 신경을 써야 할 에너지를 친구에게 써 늘 골머리를 앓았던 날이 잦았다.
공항에서 만난 큰아이는 귀에 피어싱이 얼핏 봐도 10개는 되어 보인다.
그리고 큰아이가 얘기한다.
'엄마는 거기 기숙사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알고 있지? 아니야 화장도 안 하고 순하게 생긴 **이 알지? 옆방 남자애##랑 같이 잤어. 한두 번이 아니야. 걔 남동생과 쌤 빼고 다 알아'
충격적인 얘기다. 그리고 엄마는 속으로 묻는다.
그게 혹시 너ᆢ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