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신호등
초등4학년부터 늘 큰아이는 유학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주변에 친구가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성적이 부족하고 공부가 힘든 수험생도 아닌데 무슨 이유인지 내내 조른다.
어느 날 자신의 인생 브리핑을 하며 유학을 가야 자신의 미래에 계획된 것들이 실천된다며 제법 야무지게 몇 년차 인생플랜을 발표한다.
아직 생리도 안 한 아기 같은 여자애를 무슨 수로 혼자 보낸다는 건지 부모로서는 답이 나오질 않아 그저 그런 고민은 기특하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정도로만 끝내고 당장 학교에서의 친구와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그렇게 3년ᆢ
초6이 되어도 변함이 없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과 물리적으로 먼 영미권은 우선 제쳐두고 동남아 국제학교 중에 한국 가디언을 알게 되어 3년여간 거의 매년 만나 상담을 한 엄마는 암만 생각해도 보내기엔 어린 나이라 결심이 서질 않는다.
어릴 적부터 자립심이 강하고 똑 부러지고 독립적인 아이라 할지라도 부모눈에 보이지 않게 성장하는 것이 내키질 않는다.
싸우고 지지고 볶으며 살을 부대끼며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 인생인데 얼마나 잘 되려고 아이 혼자 보낼까 싶다.
설령, 자신의 장래가 확고해지고 좋은 대학을 간다 한들 공갈빵처럼 사랑의 영양가 없이 속은 비워있는 사람이 될까 염려도 된다.
물론 같이 있는다 한들 사랑을 듬뿍 줬을까마는 그럼에도 부모 자식 간의 긴밀한 접촉과정이 있어야 어른되어 그 추억으로 아이가 부모를 생각할 텐데 하는 앞선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중학교입학을 앞두고 결정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
수백 번 수천번 물어보아도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1년 치 목돈을 다 넣어야 하기에 또 한 번 묻고 다짐을 들어보고 학비를 넣었다.
그리고
코로나ᆢ
출국이 어렵다.
중학입학기념이자 출국준비로 스마트폰을 쥐어주었더니 내내 휴대폰 삼매경이다.
운동도 할 겸 바깥바람도 쐴 겸 줄넘기학원을 권한 엄마에게 큰아이는 무용학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져 입국 허가만 나면 바로 출국할 아이가 무슨 비싼 무용레슨인가.
고집을 못 꺾은 엄마는 결국 키도 작고 비싼 레슨비에 클래식음악을 즐기지 않아 스스로 포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원장님 및 강사는 발등ㆍ무릎ㆍ체형을 보더니 타고났단다.
아뿔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