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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Jun 07. 2024

결국에 우리는

마지막 이야기

그 일이 있은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2년이라는 시간 속에 언니와 나는 오빠를 비난하며 지냈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걸 넘어서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정년을 보내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나의 어린 시절만큼 아끼며 부족하게 살아가고 있다. 외식 한 번도 편하게 못 하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 마음이 무너졌다. 심지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고 난 후 나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오빠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매일 200통의 전화를 받으며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에겐 아직 남은 빚이 쌓여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오빠가 더 이상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과 정직하게 일한 덕분에 사업이 잘 풀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움이 가득한,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는 넓디넓은 터널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빛을 찾아가고 있다. ‘희망’이라는 게 생기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래도 좀 살아갈 만하신가요?”라고 묻는다면. 글쎄.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우리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이고 아픈 시간이 현재 진행 중이다. 


가난했어도 서로 사랑했고 아껴줬던 우리 가족은 이 일을 통해 서로에게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미움, 배신감, 억울함, 분노, 증오, 무력감,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마저. 그럼에도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지금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한 당신들의 사랑이겠지. 아빠, 엄마라는 그 자리에서 버티기 힘들 때도 결국 버텨낸 그 사랑.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걷고, 또 걷고, 넘고, 또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가보려고 한다.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혹시 우리처럼 말 못 할 아픔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면 꼭 전해주고 싶다. 힘들 땐 울어도 되고, 지칠 땐 원망해도 되며, 포기하고 싶을 땐 잠시 쉬어도 된다고. 이미 그 길을 지나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도하고 기다리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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