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세상이 원망스럽다가도 내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결국 생각에 잠겨 울기를 반복했다. 항상 삶에 적극적이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생각하고, 망상하고, 우는 것뿐이었다.
무기력으로 점철된 삶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면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겨우 퇴근한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대충 씻고 누우면 또다시 우울과 불안이 몰려온다. 뉴스와 영상도 보고 싶지않아 진다. 다른 생각을 내 머릿속에 넣는 건 또 다른 스트레스 거리가 되니까. 사색을 하다 보면 졸음이 몰려오는데, 정말 다행인 건 잠은 어떻게든 잔다는 것이다. 이른 시간 퇴근하는 나는 우선 잠을 청하고 해가 질 때쯤 겨우 눈을 뜬다. 그럼 마치 고통스러운 나의 두 번째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는데, 친구들도 좀 만나고 활기차게 살아야 하는데 그럴 힘도, 용기도 점차 없어진다. 당장 눈앞에 쌓인 빨래를 겨우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소파에 앉아 음악을 튼다. 잔잔하고 조용한 곽진언 노래를 틀어놓으면 그래도 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다 읽지 못한 책을 꺼내 몇 장 읽고는 덮고 다시 눕는다. 적은 의지로 버텨가며 겨우겨우 하나씩 해내는 삶. 단순해져서 좋은가 싶다가도 지난날의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그나마 의욕이 있는 날에는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쓴다. 원래 밝은 글 쓰는 걸 좋아하던 나는 내 상태를 숨기고 연기하며 써야 하는 게 싫다. 내 감정에 집중한다. 어떤 날은 글을 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모니터가 희미해진 상태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어 내린다. 해소가 되는 기분이 들다가도 과연 누가 볼까 싶은 마음이 뒤엉켜 또 나를 괴롭힌다.
우울. 불안. 무기력.
이 세 가지는 나를 잡아먹다 못해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사실은 벗어나고 싶지 않은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또다시 잠에 든다. 잠에 들면 그나마 나을 줄 알았지만, 나는 꿈에서조차 불안해하며 서성이는 모습이다.